"계열분리 없이 사촌경영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한스경제 이성노] 세아그룹이 세아홀딩스, 세아제강지주 등 '듀얼 지주사' 체제를 구축했다. 세아홀딩스는 고 이운형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부사장이, 세아제강지주는 이순형 현 회장의 장남인 이주성 부사장이 이끌게 됐다. 세아그룹이 3세 경영의 닻을 올린 가운데 업계 안팎에선 계열분리 없이 사촌 경영이 가능할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11일 세아그룹에 따르면 세아제강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세아제강 지주사 체제 전환을 결정했다. /사진=세아그룹 제공

11일 세아그룹에 따르면 세아제강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세아제강지주'와 제조사업을 영위하는 '세아제강'으로 분할하는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분할은 7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 완료할 계획이다.

일부에선 세아그룹이 두 개의 지주사를 운영하면서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현재 세아그룹은 지난 2013년 고 이운형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개하면서 동생인 이순형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오너 3세인 이주성 부사장과 이태성 부사장은 지주사를 이끌게 되면서 그룹내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분할 결정으로 두 오너 3세가 각자 지주사 체제를 꾸리게 되면서 그룹 분리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세아그룹 측은 '계열분리'에 대해선 '아니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번 지주회사체제 전환이 장기적으로는 세아홀딩스, 세아제강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경영인들의 안정적 책임경영 및 독립경영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계열분리가 아니라면 세아그룹은 현재 '형제경영'에서 '사촌경영'으로 전환하게 된다.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는 법. 1949년생인 이순형 회장이 고령에 가까워 짐에 따라 경영권 승계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이주성 부사장과 이태성 부사장이 동갑내기에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해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다지만, 경영 승계는 또 다른 문제다.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단적인 예로 과거 두산, 최근엔 롯데, 효성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두고 '형제의 난'을 겪었다. 세아그룹으로선 '사촌의 난'이 마냥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아제강의 행보를 두고 업계에선 조심스럽게 계열분리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렇지 않으면 차후 '사촌의 난'까지 갈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계열분리 없이 현재 사촌경영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자칫 경영권을 두고 일명 '사촌의 난'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그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고 먼훗날 계열분리 쪽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당장 계열분리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엔 섣부른 감이 있지만, 현재까지 무난하게 3세 경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다만, 언젠가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계열분리가 아니면 경영권 승계를 두고 잡음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세아그룹 측은 계열분리는 물론이고 이른바 '사촌의 난' 모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주사 전환은 계열분리와 전혀 관련이 없고, 계획조차 없는 상황이다. 세아그룹은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이 함께 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구조다"며 "경영 승계에 관련해선 이태성 부사장이 세아홀딩스를, 이주성 부사장이 세아제강을 이끌어나가는 것으로 교통정리를 마친 상황이다. 세아그룹은 각자 독립경영체제를 견고하게 구축하고 '세아'라는 이름으로 함께 발전해 나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몇몇 기업이 가족 간에 지분 경쟁을 펼치기도 하지만, 세아그룹만큼은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분쟁이나 잡음 없이 3세대 경영이 이뤄지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순형 회장이 건재한 가운데 후계자를 논하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다. 다만,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공존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세아그룹의 3세 경영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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