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최근 금융권을 덮친 악재들에 은행들이 내외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10월 수면 위로 떠오른 채용비리 의혹은 반년이 지났지만 해소되기는 커녕 새로운 의혹들이 연일 등장하고 있고, 회장과 행장이 먼저 나서 자사주를 사들이며 주가 견인에 힘쓰고 있지만 약세는 지속되는 상황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사 대표이사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2일부터 최근 임직원 자녀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다. 신한금융 임직원 자녀 채용의 적정성과 함께 금감원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신한금융 관련 제보 건을 점검한다.

이번 검사는 신한금융에 자녀가 근무한 적이 있는 전·현직 임원이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데 따른 것이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1992년 라 전 회장의 차남이 신한은행에 입사한 것을 비롯해 한동우 전 신한금융 회장의 아들,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의 아들,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의 딸 등이 신한은행에 재직한 적이 있거나 현재 재직 중이다.

지난해부터 불거져 은행권을 휩쓴 채용비리 의혹이 우리·KEB하나·국민은행 등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 잇달아 터졌으나 유일하게 채용비리 무풍지대였던 신한은행마저 당국의 칼날 위에 서게 되면서 국내 4대 은행 모두가 ‘채용비리 은행’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채용비리 정황이 드러나 이광구 전 행장이 책임지고 사퇴했고 신입행원 채용 과정도 대대적으로 손을 봤다. KEB하나은행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 전·현직 경영진이 채용비리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정황이 나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 역시 이른바 ‘VIP 리스트’를 관리하며 최고경영진의 친인척 등의 채용에 있어 특혜를 준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이 중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성차별 채용 의혹도 받고 있다. 국민은행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남성 지원자들의 서류 전형 점수를 올려준 정황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포착됐다. KEB하나은행은 남녀 채용비율을 정해서 선발하거나 남성을 합격시키기 위해 순위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신한금융에 대한) 조사를 끝냈다던 금감원이 이제와서 또 다시 검사를 진행하고 의혹이 사실로 발견되면 금감원 역시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이라며 “금감원이 조사를 허술하게 했다는 방증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11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한 채용비리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신한금융은 채용비리 의혹에서 비켜갔다. 금감원은 지난 9일까지만 하더라도 ‘신한금융 계열사에 대해 이미 조사를 마쳤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하루 뒤인 10일 이를 번복, 채용비리 의혹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까지 은행들에서 발견된 채용비리 정황이 ‘관행’으로 귀결되는 예시가 종종 있던 것으로 봐서 어느 특정 은행만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혹’에서 시작된 채용비리 사태로 은행 외부가 시끄러운데, 은행 내부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금리 상승과 실적 호전 기대감으로 상승 행진을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은행주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상승기에는 은행·보험 등 금융주가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데 오히려 낙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월12일 사상 최고치인 5만6,000원을 찍고 현재 4만2,000원대까지 떨어졌다. KB금융 주가도 하락세다. 역시 1월 12일 장중 6만9,200원을 찍었지만 현재 6만원대도 무너지며 10%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주가 2만원 고지를 넘보던 우리은행의 주가는 1만4,000원대까지 뒷걸음질했다.

은행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면서 최고경영자(CEO)들이 전면에 나섰다. 주가 부양을 위해 저마다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6일 하나금융 주식 1,500주를 매입했다. 2015년 말 1,000주를 매입한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도 취임 후 벌써 세 번째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난 달 두 차례 자사주 5,000주씩을 매입했고 지난 9일 자사주 5,000주를 추가 매입해 총 3만8,127주를 보유하게 됐다. 채용비리, 금융사 지배구조 문제 등 행내 안팎으로 어수선한 타행들에 비해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만큼, 손 행장으로서는 정부 지분 매각을 위해 주가 부양이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라는 분석이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지난달 말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2,171주를 사들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CEO마다 자사주 매입으로 보여주려는 부분들이 다 다른 것 같다”며 “통상 자사주 매입은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나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되고 투자자에게도 일종의 메시지가 될 수 있으나 아직까지 시장의 반응이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채용비리, 금감원장의 도덕성 논란으로 뒤숭숭한 금융권 상황 등 외부 리스크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금융주의 주가 부진이 일시적인지 여부는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시기부터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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