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금융감독원이 연구개발(R&D) 비용 회계처리 논란이 불거진 10개 제약·바이오사에 테마감리에 나선다. 이와 더불어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서는 곧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12일 오전 박권추 금감원 회계전문 심의위원(부원장보)는 본원에서 ‘2018년 회계감리업무 운영계획 마련’ 브리핑을 통해 “대우조선해양과 같이 경제 파급효과가 크고 분식회계 발생시 다수 투자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기업 등에 대해 밀착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사회적 중요기업에 대한 표본감리 비중을 지난해 7%에서 올해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박 부원장보는 “분식회계 유형이 점점 복잡다양화되는 상황에서 감리인원 한계 등으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매출액, 영업이익 등 기업가치 평가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핵심사항 위주로 감리를 실시하겠다”면서 “(차바이오텍)과 같이 R&D비 처리 이슈로 기업가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사례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기술적 실현 가능성, 미래 경제적 효익 창출 가능성 등 요건을 충족하는 때에만 R&D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사는 R&D비를 대부분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이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R&D비를 자산으로 인식해 왔다.

금감원은 이미 올해 초부터 제약·바이오사에 대한 테마감리를 예고한 상태였다. 압박을 느낀 차바이오텍의 감사인 삼정회계법인이 2017년 재무제표에 대해 ‘한정’ 감사의견을 냈다. 차바이오텍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입었다.

이 같은 사태를 막기위해 박 부원장보는 “일단 10개 제약·바이오사에 테마감리를 실시하고 그 대상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분식회계 의혹으로 특별 감리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해서는 조만간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2014년까지 나란히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 2015년 돌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무려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4년까지 ‘종속회사’였던 바이오에피스를 돌연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이 회사에 대한 투자 가치를 취득가가 아닌 시장가인 4조8,000억원으로 반영할 수 있었다. 이에 2015 회계연도에 순이익이 폭증한 것이다.

특히 당시 삼성물산·제일모직간 합병이 있던 해여서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참여연대, 정의당 등은 분식회계라면서 몰아붙였고 결국 금감원은 지난해 4월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를 진행 중이다.

일단 금감원은 삼성바이로직스에 분식회계 혐의가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원장보는 “올 상반기 중 삼성바이로직스와 관련해 결론을 반드시 내겠다”고 전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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