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배우 신하균의 연기는 늘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다. 특히 신하균이라 가능한 지질하지만 정감 가는 캐릭터는 늘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순간의 유혹을 못 이겨 바람을 피우는 ‘못난 남편’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귀엽고 연민을 자아내는 봉수 역을 천연덕스러운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바람 바람 바람’에 어떤 매력을 느껴 출연하게 됐나.

“소재(불륜)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코미디가 주는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캐릭터들이 한결같이 다 살아있었다. 원작이 있긴 하지만 원작과 다르게 풀어낸 해석들, 그리고 이병헌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기대감을 품게 했다.”

-불륜소재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모든 소재는 다 열어놓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소재라 안돼’라기 보다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불륜과 코미디가 접목했을 때 위험부담이 있다. 하지만 감독님도 상황보다 캐릭터들의 감정을 중요하게 여겼다. 재미있는 코미디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불륜을 미화했다는 평도 있을 수 있는데.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불륜을 미화한 영화는 절대 아니니까.”

-극 중 연기한 봉수는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했나.

“외롭고 철없는 사람이다. 또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했다. 도덕적으로는 사실 용서가 안 되는 사람이다. 아직 결혼을 안 해봐서 내가 잘 모르는 세계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무조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주변에 결혼한 지인들의 이야기 밖에는 참고할 게 없었다. 기혼자들의 삶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장르적으로 표현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

-봉수를 유혹하는 매력녀 제니로 분한 이엘은 어떤 배우였나.

“사실 처음 봤을 때 도시적이고 차가운 느낌이 있지 않나.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동물들을 참 많이 사랑하고, 항상 먼저 말을 건다. 말을 참 조리 있게 잘 하는데 굉장히 똑똑한 친구 같다. 이번에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제니라는 인물 자체에 감독님도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표현하기 힘든 캐릭터인데 자신의 이미지에 맞게 잘 표현했다.”

-코미디는 연기하기 참 힘든 장르인데.

“코미디라는 장르가 어렵다. 기본적인 감정만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수위조절을 해서 테크닉을 보여줘야 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무대에서 연기할 경우 관객들의 피드백이 바로 오기 때문에 반응을 보면서 연기할 수 있지만 영화는 다른 것 같다. 코미디를 코미디로 표현했는데 안 웃기면 굉장히 썰렁해진다.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를 하기가 참 힘들다.”

-평소 말이 없는 성격으로 익히 알려져있다. 이성민은 자신보다 신하균이 사교성이 더 좋다고 하던데.

“둘 다 낯을 가리는 편이다.(웃음) 이성민 선배는 술을 한 잔도 못 드시는데 난 그래도 술을 마신다. 술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 친해지는 것 같다. 좀 많이 밝아진다. 지금보다 훨씬 업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술을 즐기는 편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한 잔 쭉 들이키기도 한다. 혼술을 좋아한다.”

-이병헌 감독과 ‘극한직업’까지 함께 하게 됐다. 의리인가.

“의리보다는 우정에 가깝다. 봉수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내게 새로운 자극을 준 작품이다. 내가 안 보여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바람 바람 바람’을 촬영하며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나.

“뭐,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결혼이라는 게 그만한 인연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인연을 일부러 막지도 않지만 결혼을 일부러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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