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맞벌이 가정 워킹맘, 출산·육아·교육 넘기 힘든 ‘벽’
‘양육·교육까지 실질적 정부지원 대책’ 필요 주장
한스경제-인구보건복지協 '저출산 극복' 공동캠페인 [7]
지난해 9월 서울 시내 한 유치원에서 어린이가 보호자와 함께 하원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 김주희 기자] 아이를 낳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맞벌이 가정에게 '저출산'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 양육과 교육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부의 지원 - 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최근 10년 간(2006~2015년) 저출산 해결을 위해 100조원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연간 출생아 수는 점점 줄어만 든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으로 떨어졌다.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도 1.0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합계 출산율이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 현상'으로 분류된다.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출산을 결심하기 쉽지 않은 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며 맞벌이 가정이 증가한 상황에서 '워킹맘'에게 출산과 육아, 교육 등은 넘기 힘든 '벽'이다.

7년 차 직장인이자 생후 26개월 난 딸의 엄마인 이혜원(31) 씨는 "친정 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아이를 키우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 씨는 지난해 5월 육아 휴식이 끝난 뒤 복직했다. 한 동안 출근 전 친정 부모님 댁에 들러 아이를 맡기고 퇴근 후에는 아이를 찾아오는 생활을 해왔지만 올해 초 친정 부모님과 살림을 합쳤다. 이씨는 "새벽에 일어나 아이를 씻기고, 출근 준비를 한 뒤 오전 8시까지 아이를 데려다 줘야 한다. 퇴근 후엔 친정집에 들러 아이를 데리고 오면 밤 10시가 넘어 아이도 힘들어 하더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경우는 그래도 조금 나은 편에 속한다.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는 워킹맘들에겐 이 부분도 큰 고민이다. 아이를 '등원 도우미'에게 맡기고 출근한 뒤 오후에는'하원 도우미'를 써야 하는 경우도 많다. '엄마'의 퇴근 시간은 오후 6시 이후지만 아이는 오후 3시 경이 되면 어린이집에서 하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저녁 7시까지 아이를 맡아주는 어린이집도 있지만, 내 아이만 홀로 남겨두고 싶지 않아 하원 도우미를 쓰는 엄마들이 많다. 직장 동료 중에는 하원 도우미를 쓰고 (아이와 보모를 지켜보기 위해) 집에 CCTV를 설치해 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워킹맘의 고민은 또 있다. 직장인으로서도, 아이의 엄마로도 고된 일상이 이어진다. 이 씨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육아든, 일이든 항상 노동을 하는 것"이라며 피곤함을 드러냈다. 가장 힘들 때는 아이가 아플 때다. 이 씨는 "아이가 아프면 정말 답이 없다. 수족구병등 전염병에 걸리면 아이를 격리시켜야 해서 어린이집에 보낼 수가 없다. 그렇다고 회사를 쉴 수도 없지 않나. 아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느라 애를 태웠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두기도 쉽지가 않다. 이 씨는 "집값이 너무 비싸니 일을 안 할 수도 없다. 계속해서 대출 이자도 내야 하고, 아이의 교육비도 생각을 해야 한다. 누리 과정이 있지만 100% 무상 교육도 아니다"며 "노후 대책을 생각하면 답답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것도 힘들다 보니 '둘째'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장시간·휴일 근무 등 워킹맘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키기 어려운 부분도 한 몫을 한다. 이는 저출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것과 맞닿아 있다.

서울시 송파구 한 어린이집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다둥이 워킹맘에게 육아는 더 고된 현실이다. 8살과 6살, 생후 17개월 등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이미연(35)씨는 함께 살고 있는 시부모님에게 육아 도움을 받고 있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 시간 조정이 조금은 자유로운 편이지만,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가 않다. 학교와 어린이집을 다녀온 아이들은 할머니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 씨는 "아이들에 무슨 일이 있진 않을 지 항상 걱정이 된다. 아이들은 크는데, 시어머니는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힘에 부쳐 하신다"며 안타까워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다자녀를 둔 부모로서 정부의 지원을 느끼는 부분은 미미하다. 이 씨는 "다둥이 카드가 있지만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사용하지 않는다"며 "셋째라고 해도 별다른 혜택은 없다. 정부에서 왜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 했다. 출산을 장려하는데 그치지 않고, 양육과 교육까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씨는 "아무래도 금전적인 부분에서 혜택이 있었으면 한다"며 "부모 중 한 명이 일을 하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일자리가 더 안정되고, 폭이 넓어 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주희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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