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3일 유동성 위기를 맞은 한국GM에 '올드머니'를 넣을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보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신규투자에 매칭하는 '뉴머니'만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에 따른 지분율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GM 지분의 차등감자가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산업은행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GM에 대한 GM 본사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는 데 따른) 올드머니는 들어갈 이유가 없다"며 "올드머니는 (GM의) 기존 경영 책임이어서 (산업은행은) 단돈 1원도 못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뉴머니도 같은 조건에서 기업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들어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GM의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면 그만큼 산업은행의 지분율은 현재의 17%보다 낮아진다. 이 경우 '비토권' 행사가 어려워지는 등 부작용이 생기는 데 대해 차등감자를 관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회장은 "GM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면 우리 지분이 굉장히 낮아지는데, 저희는 차등감자를 요구하고, 저쪽은 차등감자에 난색을 표시하니까 넘어야 할 산 중에 하나"라며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산업은행에 쏟아질 책임론을 의식한 듯 "(뉴머니 투입이) 성사돼서 17% 지분율만큼 지원하기로 할 경우 우리는 종합적으로 놓고 평가하는데, (조건) 한 개만 놓고 예전만 못하지 않느냐, 책임져라,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떤 결정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한국GM 실사와 관련해 "제일 핵심적인 건 트랜스퍼 프라이스(이전가격) 문제인데, 그 사람들(GM 본사) 입장에선 글로벌 전략이고 세금 이슈가 관련돼 있다"며 "저희가 원하는 만큼 (자료를) 내놓기 힘들 수밖에 없어 실랑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GM 원가 구조도 봐야 하지만, 다른 (나라의) 공장에 주는 원가 구조도 봐야 하는데, 솔직히 다 까발리라는 거여서 저희도 요구는 하지만 좀 어려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GM 협력업체들의 '선지원 후실사' 요구에 대해선 "그분들의 요구가 저는 100% 틀렸다고는 얘기 못 한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확정된 금호타이어와 관련해선 "이대현 수석부행장이 엊그제 칭다오의 더블스타 본사를 다녀왔다"며 "금호타이어 중국 공장 정상화를 위해 매출 정상화, 이미지 제고, 현지 차입금의 만기 연장이 순조롭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이 5년간 급여 5% 삭감, 매년 6개월 무급휴직을 조건으로 법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면한 데 대해선 "고통스럽지만, 굉장히 신선한 시도가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직적 구조조정보다는 유연성을 갖고 원칙은 훼손하지 않는 좋은 선례가 되면 좋겠다"며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고 이 회장은 소개했다.

그는 "한국GM도, 금호타이어도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는 기재부"라며 "김동연 부총리께서 금호타이어도 많이 도와줬고, STX조선도 그랬다. 한국GM도 다 같이 협의해서 큰 그림을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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