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광고대행사 직원에게 폭언하고 물컵을 던져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35) 대한항공 전무에 대한 비판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5일 대한항공은 홍보 담당 직원 등이 대부분 출근한 가운데 이번 파문과 관련해 회사 차원의 사과문을 내거나 조 전무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하는 방안 등 수습책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차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린다기보다는 조 전무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내리는 결정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조 전무에 대한 여론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조 전무의 이런 폭언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고, 일상적인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14일 오후에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조현민 폭언 음성파일 공개'라는 제목의 음성파일을 유튜브에 올려 여론을 달궜다.

대한항공 직원이 녹음한 것이라고 밝힌 음성파일에는 조 전무로 추정되는 여성이 누군가에게 욕설을 담은 폭언을 하고, 극도로 흥분해 소리를 지르는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여성은 "에이 XX 찍어준 건 뭐야 그럼"이라며 욕설과 함께 고성을 질렀고, "누가 몰라? 여기 사람 없는 거?", "됐어, 가"라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이 동영상 댓글에는 "회사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어떻게 저렇게 소리를 지르나. 어이가 없다", "이런 사람이 대형항공사 전무라니, 말도 안 된다", "분노조절장애 아니냐" 등 부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한항공은 이 음성파일 주인공에 대해 "조 전무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는 15일 오후 "저는 조현민 음성파일 제보자입니다"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제보자 사원증과 명함 일부를 공개하며 이 제보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오마이뉴스에 보낸 글에서 "조 전무의 폭언은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나이 많은 간부들에까지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다"며 "(녹음한) '그날'도 직원에게 숨이 넘어갈 정도로 화를 냈다. 유난히 더 수위가 높았고 이것도 녹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제보자는 "이미 내부에서는 익숙한 회사생활의 일부분이다. 확실한 사실관계가 필요하다면 계속 가겠다"며 조 전무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2014년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으로 비난을 받자 당시 조현민 전무가 검찰에 출석한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반드시 복수하겠어"라고 문자를 보내 구설에 오른 것도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당시 조 전무는 파문이 일자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굳이 변명하고 싶지 않다. 다 치기 어린 제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기사 댓글을 보다가 어느 분이 너무나 극악한 내용을 올렸기에 잠시 복수심이 일어 속마음을 언니에게 보냈다. 그러나 곧 후회했다"고 썼다가 지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빈축을 샀다.

한편, 이날 대한항공을 관할에 둔 서울 강서경찰서는 조 전무가 지난달 16일 본사에서 A광고업체의 팀장 B씨가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면서 얼굴에 물을 뿌렸다는 의혹에 대해 "현장에서 상황을 목격한 대한항공 직원 몇 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는 10여명이 참석했다. 경찰은 이중 먼저 연락이 닿은 대한항공 직원들부터 불러 조 전무가 실제로 소리를 질렀는지, B씨 얼굴에 물을 뿌린 것인지 아니면 컵을 바닥에 던진 것인지 등에 관한 진술을 들었다.

경찰은 내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해 조 전무에게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지, 폭행 혐의를 적용할지 정할 방침이다.

특수폭행은 법이 정하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서 폭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저질렀을 때 적용되는 죄목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물컵'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 경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물컵은 유리컵이었다.

조 전무가 B씨에게 유리컵을 던져서 맞혔거나, B씨가 있는 방향으로 유리컵을 던졌을 경우 특수폭행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조 전무가 B씨에게 컵을 던지지는 않고 물만 뿌렸다면 폭행 혐의가 적용된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다. 조 전무에 폭행 혐의가 적용될 경우, B씨가 형사사건 처리를 원하지 않거나 대한항공과 합의하면 조 전무는 수사를 받지 않게 된다.

대한항공 측 해명대로 조 전무가 물을 뿌리지 않고 물컵도 B씨가 아니라 바닥에 던졌다면 폭행 혐의도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조만간 이 사건을 내사에서 정식 수사로 전환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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