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삼성증권의 배당착오 사태로 구성훈 대표가 수습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 대표,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사장과 윤용암 전 삼성증권 대표 간 엇갈린 명암이 덩달아 증권가의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구성훈 대표(앞줄 가운데) 등 삼성증권 임직원들이 14일 열린 자성결의대회에서 반성문을 쓰고 있다./사진=삼성증권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지난달 21일 제36회 정기주주총회에서 윤용암 전 대표에 이어 정식으로 바통을 넘겨받았다. 삼성증권 사태가 벌어진 건 지난 6일이니 선임된 지 불과 17일 만에 대형 사고가 난 셈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취임한지 불과 2주 만에, 채 업무파악도 하기 전에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보기가 너무나 안쓰럽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생명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은 구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삼성화재 대표로 가길 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화재는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1,38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은 연봉이 34억100만원으로 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안 사장은 지난해 3월 3년 임기의 연임을 확정했다. 구 대표는 삼성화재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삼성증권에 만족해야했다.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

반면, 구 대표가 삼성자산운용에서 삼성증권으로 ‘영전’하면서 올해 2월 그 자리를 채운 전영묵 사장은 다행히 칼날을 비켜났다. 전 사장은 삼성증권에서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을 역임했다. 다양한 부서가 엮여있지만 어찌 보면 이번 사고와도 연관이 깊을 수 있는 부서의 총책임자였던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 사장이 자산운용 사장이 되지 않았으면, 14일 열렸다는 ‘자성결의대회’에서 구 대표 옆자리에 앉아 반성문을 쓰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불과 2주 만에 이렇게 두 사람의 운명이 바뀔 수 있나 싶다”고 말했다.

그룹에 불어 닥친 ‘50대 최고경영자(CEO) 바람’에 연임에 실패하고 구 대표에 자리를 내준 윤용암 전 사장 역시 ‘전화위복’이 됐다는 지적이다. 윤 전 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깊은 신임을 받았지만 나이라는 생물학적 벽은 넘지 못했다.

삼성증권의 배당 시스템이야 20년가량 된 오래된 시스템으로 알려졌다. 어느 사장 임기 기간에도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상황이었지만, 윤 전 사장은 연임에 실패하면서 오히려 이번 사태에서 이름도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

한 삼성증권 출신 금융투자업계 인사는 “‘관리의 삼성’답게 제조업에는 높은 강점을 발휘했지만, 금융업이나 수주산업에는 잘 안맞는 것 같다”면서 “증권은 특히 금융업 중 ‘야성’을 필요로한다는 점에서 더욱 삼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차리리 삼성이 은행을 한다면 더욱 리스크 관리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삼성자산운용이 액티브펀드보다는 패시브 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뛰어난 것도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삼성금융사 출신 인사는 “삼성에는 직접 부딪치기보다 ‘보여주기식’ 문화가 존재한다”면서 “제조업은 시스템을 마련하고 우수한 인력을 끌어다가 반도체를 생산하면 결과물이 나오지만 금융은 단순한 시스템이 아닌데, ‘제조업 마인드’로 금융을 접근하니 엉성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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