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 올해 1분기 수주 세계 1위에도 '깊은 한숨'

[한스경제 이성노] 조선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는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이 나란히 후판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을 인상하며 업황 개선을 기대했던 조선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업체는 후판 가격을 톤당 약 5만원 인상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철판으로 주로 선박용 철강재로 쓰인다. 주요 남품처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체들이다.  

조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선박을 건조하는데 후판의 비중은 적게는 10% 내외, 많게는 30%까지 달한다. 후판의 비중을 고려하면 5만원 인상은 조선사들에 분명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업계 불황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후판 가격까지 오르면서 업계 분위기는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스경제'와 만남에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서 올해 역시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1분기에 한국 조선사들이 좋은 실적을 냈다고들 하는데 상대적인 개념이다. 조선업계가 최근 2년 동안 수주절벽으로 인해 바닥을 친 상황이었다. 올해 1분기에는 수주 소식이 전해지긴 했지만,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결코 좋은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선박을 건조하는데 후판 비중은 최대 30%에 달한다. 최근 업계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후판 가격이 인상으로 올해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실제로 국내 조선 업계는 올 1분기에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주를 기록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랑은 263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로 중국(196만 CGT)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 세계 발주량(623만CGT)의 42.2%에 해당하는 수치다. 2015년, 2016년 최악의 수주가뭄 여파로 일감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업계로선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동결하다시피 한 후판 가격이 오르면서 조선업계는 다시 한 번 큰 타격을 받게됐다. 

3년 만에 후판 가격 인상을 결정한 철강사들은 원재료 인상과 수익성 악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고 회사 후판 사업이 플러스 성장으로 개선된 것은아니라고 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철강업체 후판 사업은 조선 업계가 불황을 겪으면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수익 개선이 예상되지만, 흑자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적자 폭이 줄어들 뿐이다"고 설명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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