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사퇴하면서 이제 관심은 후임이 누가될지에 모인다. 외부 출신 최흥식 전 원장과 김 전 원장이 잇따라 최단 재임기간을 경신하면서 낙마하자 이번에는 검증된 관료 출신 발탁설이 힘을 얻고 있다.

1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김 전 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해외 출장과 후원금 문제로 사퇴 압박을 받던 김 전 원장을 청와대와 문 대통령은 적극 방어해왔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5,000만원 셀프후원을 두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김 전 원장은 지난 2일 취임해 불과 2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19년 역사상 최단임이다. 이전 기록은 최 전 원장으로 재임기간이 6개월여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후임 원장은 무난한 관료 출신 인사로 무게가 쏠린다. 세 번째 외부 출신 금감원장마저 낙마할 경우, 청와대와 문재인 정부에 타격이 불가피해 진다. 이미 김 전 원장 사임으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식이지만, 대통령이 낙점하는 차관급 자리다.

지난 2016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왼쪽은 당시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사진=연합뉴스

김 전 원장 후임으로 관료 출신 인사로 거론되는 인물은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이 있다. 이들을 선임하면 금감원의 난국을 수습할 수는 있지만, 자칫 금감원과 정부의 금융개혁 의지가 약해졌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100% 만족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외부 인사 중에서 최 전 원장이나 김 전 원장과는 달리, 정치권과 관계가 깊지 않은 학계 출신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전해졌다.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나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한 학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를 둘러싸고도 ‘관치금융’ 비판이 많이 나오는데, 감독기관의 장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결국 김 전 원장은 금융감독을 해보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차마 내밀지 못했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카드를 이번에 제시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 전 사장은 김 전 원장에 못지않게 재벌개혁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왔다.

특히 주 전 사장 문재인 정부가 타깃으로 삼다시피 한 삼성그룹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며 점수를 땄다. 삼성그룹 출신임에도 한화투자증권 사장 시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면서 소신을 나타냈다.

하지만, 주 전 사장 카드는 이미 정권초기 지나갔다는 추정도 있다. 기용에 난색을 나타내자 페이스북에 주 전 사장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사이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김 전 원장 논란으로 비판이 나온 참여연대와 주 전 사장이 관련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주 전 사장의 부친 주종환 전 동국대 농업경제학 교수는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의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고용창출과는 반대로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면서 “정권 초기 반대 여론이 너무 거세 ‘버린 카드’가 된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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