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한국지엠이 법정관리 신청 데드라인을 사흘여 앞둔 가운데, 노조도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정상화도 묘연해졌다. 글로벌GM이 전세계공장 규모를 줄이고 있는 상황, '울고 싶은 GM에 노조가 뺨을 때리고 있는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사는 16일 진행한 9차 임단협에서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임단협에서도 노사 주장은 평행선을 그었다. 사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비용절감 자구안을 먼저 합의하자고 나섰지만,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 철회 요구를 먼저 받아들이라며 협의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협력업체 직원 등이 17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문화예술회관 앞 광장에서 열린 '한국지엠 조기 정상화 및 인천 경제 살리기 범시민 궐기대회'에서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 실사도 5월달로 미뤄지면서 정부 지원도 어렵게 됐다. 산업은행은 당초 4월말에는 실사를 마무리하고 지원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료 미흡 등을 이유로 실사 일정도 한달여 늦추면서 정부 지원 역시 안개속에 빠졌다.

최근 GM은 산업통상부에 부평공장을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선정해달라는 요청도 거부당했다. 최소 5년간 법인세 100% 감면 등 특혜를 달라는 것이지만, 산업부는 한국지엠의 투자 계획이 충분치 않다며 GM을 외면했다.

노조 합의에 한국지엠 운명이 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지원이 늦어지면서 한국지엠 회생 방법은 글로벌 GM의 지원만이 남았다. 앞서 GM은 노조가 비용절감과 생산성 등 문제를 해결하면 자구안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의 요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에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장실을 점거하기도 했으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쟁의조정 신청이 조정 중지되면 총파업까지 불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 사태는 배드엔딩으로 마무리될 조짐이 커지고 있다. 한국지엠의 지갑은 지난 10일 직원들에 급여를 지급하면서 사실상 바닥난 상황이다. 20일께 협력업체에 납품 대금을 내지 못하면 부도처리가 불가피하다.

이미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한국지엠 부도는 현실화 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BNP 파리바는 지난달 28일 한국지엠 협력업체의 어음할인 등 거래를 중단했다. 그 밖에도 외국계 은행들은 한국지엠 협력업체들의 외상채권 담보대출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M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13일(현지시각)에는 미국 오하이오 공장 근로자 절반(1,500명 규모)을 감원하고, 소형차 소닉(국내명 아베오)을 단종하는 등 글로벌 ‘다이어트’를 가속화하고 있다. 생산성 저하에 시달리는 한국지엠을 달갑게 볼 수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지엠과 노조가 입을 맞추고 있다는 우스개소리도 나온다. GM은 철수 명분을 찾고, 노조는 이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한국지엠은 낮은 생산성과 강성 노조 문제가 심각하다. 글로벌 GM이 한국지엠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 이라며 “노조가 아무런 양보안도 내놓지 않으면서 사실상 GM의 철수를 도와주는 형국이다”고 평가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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