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이런 게 연극의 맛 아닐까. 눈 앞에서 펼쳐지는 생생한 연기와 배우들의 화려한 개인기.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에피소드들. 최근 막을 올린 연극 '임대아파트'는 이런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부담 없는 대학로 연극이다.

'임대아파트'는 여러 주민들이 거주하는 한 임대아파트를 배경으로 세 커플의 사랑과 꿈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김강현, 안혜경, 허동원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스타들이 다수 출연하며 김호진, 정청민, 김동민, 정선희, 신동원, 김경환 등 대학로 연극판에서 잔뼈 굵은 배우들도 여럿 함께한다. 김지안, 하지영 등 연극에 첫 도전하는 스타들은 신선한 연기를 보여준다.

극을 이끄는 큰 줄기는 동대문 의류상인인 윤정현(안혜경/하지영/정선희)과 영화감독의 꿈을 갖고 있지만 현실은 시나리오 퇴짜 맞기 일쑤인 그 연인 홍재생(김강현/김호진)의 사랑과, 재생과 그의 친구인 배우 지망생 윤정호(정청민/허동원/김동민)의 우정 이야기다. 2007년 대학로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작품인데, 이번에 각색해서 새로 무대에 올리게 됐다. 안혜경과 김강현은 초연 당시 지금과 다른 인물인 유까와 정수 역을 각각 맡아 연기한 바 있다.

초연에서 호흡을 맞춘 커플부터 신선한 얼굴들까지 합께하는 '임대아파트'는 많은 출연진 만큼이나 다양한 매력으로 가득차 있다. 실패를 거듭하는 청춘들의 공감대 넘치는 이야기 속에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가 녹아들어 군데군데 웃음을 만들어낸다. 배우들의 쉴 틈 없는 연기 열전은 약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관객들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다.

다만 10여 년 전부터 무대에 올랐던 작품이다 보니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에서 2018년 현재와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는 게 아쉽다. 남자 주인공 재생이 경제적인 부분을 모두 여자 친구인 정현에게 의지한 채 자신의 꿈만을 위해 매진하는 설정이나 동생과 결혼하겠다고 온 외국인 여성에게 정호가 술 게임을 빌미로 노래를 시키는 장면 등은 관객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다음 달 13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시어터. 중학생 이상 관람가.

사진=극단 웃어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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