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민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KT 황창규 회장이 지난달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20여 시간 동안 경찰 조사를 받았다. 2002년 KT가 민영화된 이후, 현직 최고경영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황창규 회장의 구속 여부가 거취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 사진=연합뉴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황창규 회장은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KT 임직원들을 동원해 19·20대 국회의원 90여 명에게 법인 자금 약 4억3,000만 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자금법 상 법인은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경찰은 황 회장이 법인 자금으로 상품권을 구매한 후 이를 되팔아 마련한 현금을 임직원들의 개인 명의로 국회의원들에게 개인 후원금인 것처럼 ‘쪼개기 후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후원 목적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조사나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황 회장이 구속되면, KT 내부 사정도 복잡해진다. 당장 신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오너의 부재는 신사업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가야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황 회장이 구속되면 KT회장직 사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KT 측도 “경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으므로 거취 문제를 논할 시점이 아니다”라면서도, 그간 사업진행성 등을 볼때 황회장의 거취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다만 정치적인 색깔을 배제한다면 KT의 이번 사태로 황 회장의 사퇴를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 KT내부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를 성공리에 마무리했고, 국제규격 채택이 완료된 데에는 황창규 회장의 글로벌 인맥과 평판이 크게 작용됐다.

오히려 KT 측은 황 회장의 이번 구속으로 5G 상용화 등 신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황창규 회장도 "아직 할 일이 있다"고 피력한 만큼 KT회장직을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실제 황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은 다음날 18일 오후 분당 KT 본사에서 진행된 제1노조와의 올해 첫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 황 회장은 사측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는 황 회장이 검찰 조사 이후 과연 '오너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는 6월, 주파수 경매를 통해 5G 서비스는 본격적인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진 CEO 리스크는 KT에게 큰 악재로 다가올 수 있다"며 "오히려 황 회장 사건은 이번 사업에 큰 걸림돌로 작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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