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더 K9은 럭셔리 대형 세단이다. 크기로 보면 제네시스 EQ900이나 메르세데스-벤츠S클래스, BMW 7시리즈 등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기아차는 경쟁 모델로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를 지목했다. 상품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K9을 직접 타본 소감은 두가지다. 기자의 눈으로는 최첨단 세단, 소비자의 눈으로는 가성비 높은 럭셔리 세단이다.

더 K9은 실속을 차린 럭셔리 세단으로 거듭났다. 기아자동차 제공

K9은 기아차의 플래그십 답게, 현대·기아차의 최신 기술을 모두 담아냈다. 기아차에 따르면 ADAS 기술만 13개다. 이중 10가지 기능을 전 트림에 기본 장착하면서 높은 상품성을 확보했다.

가장 주목받는 기능은 바로 후측방 카메라(BVM)다. BVM은 방향지시등을 점등시 클러스터에 해당 방향 후측방을 보여주는 기능으로, 사이드미러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없어진다. LCD 클러스터에서 자연스럽게 팝업되는 덕분에 시선을 뺏기지 않는다.

반자율주행 기술도 이제 완성단계 왔다는 느낌이다. 차로유지보조(LFA) 기능은 일반도로에서도 차량을 차선 중심으로 잘 이끌어준다. 차선이 잘 안보이면 앞차의 궤적을 분석해서 도로 이탈을 막아준다. HDA도 이제는 고속도로뿐 아니라 자동차 전용도로까지 작동 범위를 넓혔다.

터널 연동 자동 제어 기능은 단순하면서도 유용하다. 창문을 연 상태로 터널에 진입하면 알아서 문을 닫아주고 공조기도 내기순환으로 바꿔준다. 터널을 벗어나면 다시 외기순환으로 전환하는데, 창문을 다시 열어야 하는 점은 아쉽다.

40~50대의 성공한 사업가라면 더 K9은 매력넘치는 선택사항이 아닐 수 없다. 가격은 5,490만원에서 9,330만원이지만, 고급스러운 내?외관과 널찍한 공간이 품격을 높여주기에 충분하다.

외관의 포인트는 거대해진 그릴과 두줄로 된 헤드·리어램프다. 사진으로 보면 자칫 카니발을 떠올릴 수 있는 얼굴이지만, 실제로는 품격이 묻어나는 위엄있는 모습이다. 두줄로된 듀플렉스LED가 큰 역할을 하는데, 뒤태가 돋보이는 데에도 이를 적용한 리어램프 영향이 크다. 여느 수입 럭셔리 세단 못지않은 기품을 보여준다.

실내 공간은 '거대하다'는 느낌을 준다. 휠베이스가 3,045mm로 S클래스보다 약간 더 길다. 1열과 2열 모두 광활한 레그룸을 갖춘 덕분에 '상석'을 정하기 쉽지 않다.

더 K9은 최고급 럭셔리 세단을 뛰어넘는 고급스러운 내장을 자랑한다. 기아자동차 제공

인테리어는 럭셔리의 결정판이다. 모리스 라크로와 시계가 큼지막하게 박혀있고, 양 옆에는 송풍구가 자리한다. 조작 버튼을 최소화해서 심플함을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형제 모델인 제네시스와 비교하면 훨씬 젊은 감성이다.

앰비언트 라이트와 렉시콘 오디오 시스템은 럭셔리 세단의 방점을 찍는다. 앰비언트 라이트로 감싸진 공간이, 스피커 17개에서 나오는 소리로 포근해진다.

외부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해주는 점도 K9의 자랑거리다. 여기에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을 작동하면 운전 재미까지 즐겨볼 수 있다.

연비도 기대 이상이다. 공인연비가 8.7km/ℓ인데, 실제 복합 연비는 9km/ℓ를 넘었다. 시내 주행에서는 6~7km/ℓ, 고속도로에서는 9~10km/ℓ정도다. 2톤에 가까운 무게를 감안하면 꽤나 매력적이다.

마사지와 쇼퍼드리븐카에서 볼 수 있는 2열 자동 리클라이닝 등이 없다는 점은 다소 의아하다. 최근 럭셔리 세단에서는 필수 기능으로 여겨지는 것들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굳이 필요없는 기능이다. 특히 마사지는 비용 대비 만족감이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기능이다. 더 K9이 1억원을 넘지 않는 차이기 위해서는 이 정도 실속은 불가피하다고 보인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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