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최형호] 다산신도시 단지에서 일었던 택배대란이 '제2의 고충'을 맞고 있다. 입주민 갑질로 번진 이번 택배대란 사태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실버택배’ 방안을 내놓으며 중재에 나섰지만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실버택배에 반대한다”는 청원자가 20만명을 넘었다.

17일 제기된 ‘다산신도시 실버택배 비용은 입주민들의 관리비로 충당해야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19일 현재 약 23만 여명이 참여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관련 부처 장관이 공식답변을 내놓도록 정해진 ‘한 달 내 20만명 이상 참여’ 기준을 충족했다. 이로써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답해야 할 28번째 국민청원이 됐다.

실버택배는 아파트 단지나 인근에 거주하는 노인을 고용해 택배업체가 아파트 입구 거점까지 운송한 물품을 주택까지 손수레 등으로 다시 배송하는 택배서비스다.

결국 정부의 이번 대책은 ‘알맹이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차 없는 단지 추구라는 애초 취지완 무색하게 주차장 높이를 제한하면서 택배대란을 초래하자, 이후의 개선점을 찾던 중 하나의 방안이던 ‘실버택배’조차 국민여론에 부딪혀 시행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취지는 차 없는 단지 주차장 높이를 개조할 수 없으니, 국가 및 지자체 예산과 택배회사가 각자 부담해 이번 택배대란을 실버택배를 통해 해결하자는 취지였다.

발단이 된 아파트는 대림산업이 시공한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B-4블록 ‘자연& e편한세상’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 입주민들은 아파트 품격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단지 내 택배차량을 제한했고, 지하주차장도 입구 높이가 2.1m밖에 되지 않아 택배차량(2.5m~3m)의 출입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각 동까지 일일이 카트로 옮겨야 했고, 촉각을 다퉈야 하는 택배기사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고충을 겪어야 했다.

일부 기사들은 경비실에 물건을 맡기는가 하면 단지 앞에 택배를 놓고 입주민에게 찾아가달라고 일일이 통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입주민들이 “정문과 동문 주차장 주차 후 카트로 배달 가능한데, 그걸 제가 왜 찾으러 가야 하죠? 그건 기사님 업무 아닌가요?"라며 항의했고, 결국 이번 사태가 언론에 알려지면서 택배기사들을 상대로 한 ‘갑질’비난을 받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데 있다. 시공사인 대림산업과 경기도시공사 모두 하나같이 “현행법과 설계에 따랐을 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택배대란이 각 주체의 책임 떠넘기기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이번 사태로 인해 비단 이 단지 뿐만 아니라 다산신도시 내 ‘차 없는 단지’들과 이를 표방한 ‘신축단지’들도 비슷한 논란이 재현될 소지가 다분하다.

결국 이에 대한 중재안으로 ‘실버택배’가 거론됐지만, 여론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차 없는 단지에 실버택배가 투입되면,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버택배의 배송 금액의 절반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택배회사가 부담한다.

이에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대책이라는 점에서 여론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입주민 갑질에 “국민의 세금이 왜 들어가야 하느냐” “이런 문제가 발생할때만 실버택배가 활용될텐데, 그러면 국민의 세금만 더욱 늘어나는 것 아니냐” “입주민이 꼴보기 싫어서라도 실버택배는 반대한다”라며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청와대 국민신문청원 게시판에 2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비난 여론은 식을줄 모른다.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실버택배는 다산신도시 아파트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 새로이 재정을 투입해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라 기존의 노인일자리 사업을 다산신도시에서 시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택배업계도 이번 실버택배 활용에 대해 회사 자체 내에 발생하는 비용손실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실버택배는 택배회사에 소속된 것이 아닌, 개인사업자이고 정부가 최소한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택배회사는 배송부담 경감에 상응하는 금액을 노인들에게 지급함으로써 노인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소득이 높은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취지”라며 “비단 다산신도시에만 해당하는 사업이 아니라 수요가 있는 전국 모든 아파트에서 신청할 수 있어 특혜는 아니다"고 말했다.

최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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