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국내 주요 은행·지주사 수장들이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해외 IR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여 주가와 외국인 지분율을 함께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왼쪽),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각 사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오는 5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IR을 진행한다. 손 행장이 직접 해외 IR에 나서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행장이 직접 나선다’는 상징성에 더해 1분기 ‘깜짝 실적’을 낸 성적표도 IR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5,897억원으로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이익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시현했다.

현재 지주사 전환이 지지부진한 만큼 이에 대한 계획을 IR 자리에서 언급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지주사 전환에 앞서 지난달부터 조정국면에 접어든 주가를 정상화하기 위해 행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며 고삐를 단단히 쥐는 모습이다.

주가도 떨어졌지만 우리은행의 외국인 지분율 역시 주춤한 상황이다. 지난달 28.13%까지 올랐다가 이달 19일 현재 26.11%로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배구조 불확실성, 규제강화 우려, 금융지주사 전환 지연 등으로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는 것이 증권계의 진단이다.

해외 IR의 효과는 전임 행장인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때부터 증명됐다. CEO가 직접 나서는 두 차례 해외 IR로 외국인 지분율이 20%에서 약 25%로 상승한 바 있다. 입소문이 나고 대형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먼저 IR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말레이시아, 중동, 싱가포르 등에서 해외주주와 투자자들을 만났다. 신한금융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70%에 육박할 정도다. 해외주주, 기관투자자들과의 꾸준한 스킨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 출장에서 중동 국부펀드 중 하나인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말레이시아 근로자 공제기금, 싱가포르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Eastspring Investment)와 노무라 자산운용과 미팅을 진행했다. 경영 성과도 알리고 향후 경영 전략도 설명하는 자리다. 지난해 웬만한 국가들을 방문해 IR을 마쳤고, 당분간 계획된 IR은 없는 상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IR은 이른바 ‘몸값’을 제대로 올리는 기능도 하지만 CEO의 의지를 천명하는 자리라는 의미가 크다”며 “경영 안정화에 대한 자신감,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CEO가 직접 나서는 해외 IR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1분기 실적이 발표된 뒤 은행과 지주사 수장들의 해외 IR이 계획됐었다”면서 “올해에는 저평가되고 있는 주가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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