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고영훈] 이달 출시된 유병자 실손보험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과거 정책금융상품들의 실패 사례와 맞물려 앞으로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유병자 실손보험의 판매는 앞선 우려와는 달리 나쁘지 않은 판매고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정책성 보험상품이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식의 사업 참여라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추세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출처=금융위원회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7개 손보사는 이달 2일부터 유병력자 실손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11일 기준 2,000여건에서 19일 기준 4,000여건으로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19일 기준 DB손보 1만880여건, 메리츠화재가 5,400여건, KB손보 3,400여건, 현대해상 3,770여건 등의 판매고를 올렸다. 앞서 12일 기준 7개 손보사들의 판매 건수는 2만여건이었다.

유병자 실손보험은 유병자 실손의료비와 진단비, 수술비 등의 정액보장이 있다. 두가지로 보장성 보험을 조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보장성 보험은 손해보험사가 생명보험사보다 보험료나 보장의 범위가 넓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고혈압,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소비자들도 실손의료보험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성 보험 상품이다.

보험회사가 총 병력 관련 3개, 직업·운전 여부·월소득 등 6개 항목에 대해 최근 2년간의 치료 이력만 심사하며, 투약 여부는 제외한다. 최근 5년간의 발병·치료 이력을 심사하는 중대질병도 기존 10개에서 암(백혈병 제외) 1개만 심사하는 것으로 축소했다.

유병자 실손은 통원시 약국에서 처방받는 처방조제비를 제외하고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일반실손 기본형과 보장범위가 동일하다. 단, 일반실손의 비급여 특약 보장항목인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비 ▲비급여주사료 ▲비급여 뇌질환(MRI·MRA) 검사비 등은 보장하지 않는다. 또한, 보험료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자기부담률을 30%로 상향했고, 최소 자기부담금(입원 10만원·통원 2만원)도 설정했다.

업계는 유병력자 대기 수요를 감안한다면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지만 손해율 때문에 적극적인 마케팅에 임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성공, 실패 여부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채널에서 우선적인 마케팅을 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현대해상 같은 경우 다른 보험사들에 비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1년전부터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손해율 책정을 해왔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산정은 이르지만 일부러 판매 제한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내달초 NH농협손해보험이 유병자 실비를 출시하며 상품군은 더 다양해지게 된다. 올 상반기 내 삼성생명, 농협생명 등이 추가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과거 정책보험상품은 실패 사례가 적지 않았다. 곰두리보험, 자전거보험, 녹색자동차보험, 메르스안심보험 등도 모두 흥행하지 못했다. 이에 유병자 실손보험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 같은 정책보험이 민간회사와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게 과연 증명될지 상반기 판매 추이가 나와야 판단이 가능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고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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