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당신의 부탁’(19일 개봉)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엄마와 아들이 만나 ‘진짜’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잔잔하지만 따뜻한 감동을 주는 힐링 무비다.

영화는 사고로 남편을 잃고 살아가는 32살 효진(임수정) 앞에 남편의 아들 16살 종욱(윤찬영)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시작된 두 사람의 좌충우돌 동거를 그린다.

효진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버거운 평범한 여성이다. 남편의 빈자리를 느끼며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남편의 친아들 종욱(윤찬영)을 데려오게 된다. 말 한 번 제대로 섞어본 적 없는 두 사람이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후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효진과 종욱은 각각 결핍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효진은 사랑을 잃은 상실감을, 종욱은 엄마의 부재에 대한 슬픔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며 마음 속 응어리진 상처를 치유한다.

영화에는 다양한 엄마의 모습이 담긴다.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종욱을 아들로 받아들이는 효진, 항상 딸에게 잔소리를 하는 효진의 엄마 명자(오미연), 갓아이를 출산한 효진의 친구 미란(이상희), 생각지도 못한 임신으로 아이를 입양 보내는 주미(서신애),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주미의 아이를 입양하는 서영(서정연)까지 각기 다른 ‘엄마’가 등장한다. 기존의 획일화 된 모습이 아닌 각기 다른 엄마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가족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당신의 부탁’은 꽤나 잔잔한 흐름이 인상적이다. 영화적인 장치도, 반전도 없다. 다만 일반적인 가족의 모습에서 벗어난 가정을 비춤으로써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가족영화 특유의 신파 코드 없이도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영화다. 또 영화 곳곳에 배어있는 현실적인 유머와 개그가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임수정이 데뷔 후 처음으로 엄마 연기를 펼친다. 매사 까칠한 듯하지만 누구보다 속이 깊은 효진 역에 꼭 맞는 연기를 보여준다. 효진의 아픔과 감정을 무르익은 감성 연기로 표현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민낯으로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MBC 드라마 ‘마더’(2014년)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윤찬영이 임수정과 호흡을 맞춘다. 종욱 역으로 분해 또래에 맞는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한다. 엄마의 부재를 홀로 견뎌오며 겪은 억누른 감정들을 과하지 않은 연기로 표현한다. 러닝타임 108분. 15세 관람가.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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