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세탁기 대미 수출, 3,000만달러…전년比 45.4% 감소 

[한스경제 변동진]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대미 세탁기 수출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올 1분기 우리나라의 대미 세탁기 수출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합뉴스

2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탁기 미국 수출액은 3,000만달러다. 이는 전년(5,500만달러) 동기 대비 45.4% 감소한 수치다.

미국 수출이 감소한 원인에 대해 산업통산자원부는 국내 업계가 세이프가드에 대한 대응으로 현지공장을 가동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이프가드는 지난 2월 7일 정식 발효됐으며, 삼성전자의 경우 1월부터 뉴베리 가전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다.

문제는 미국 수출만 감소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세계 세탁기 수출액은 1억6,400만달러로 지난해(2억5,200만달러) 같은 기간보다 35.1%나 쪼그라들었다.

미국 수출이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체시장을 찾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도 수출 감소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문병기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국내 세탁기 수출액은 시장경쟁 격화와 해외생산 확대로 2011년 이후 줄어드는 추세였다"면서 "이번 대미 세탁기 수출 감소 폭은 세이프가드 영향으로 대세계 감소 폭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세탁기와 함께 세이프가드 영향을 받는 태양광 수출은 선전했다. 그러나 대미 수출이 대세계 수출보다 부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 대미 태양광 수출액은 2억1,100만달러로 전년(2억200만달러)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세계 수출은 13억7,600만달러를 기록, 2016년 1분기보다 25.6% 늘었다.

태양광 수출이 성장한 이유는 중국 등 경쟁업체보다 품질과 성능이 좋기 때문이다. 미국 고객 입장에서 보면 대체 공급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대미 수출 증가율이 세계 증가율의 1/6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세이프가드가 수출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세이프가드가 발효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기존 물량이 있어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하반기에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국 세이프가드로 인한 우리나라 수출품의 추가 관세 부담액이 연간 4억8,000만달러(세탁기 1억5,000만 달러, 태양광 3억3,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이 금액만큼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양허정지(축소하거나 없앤 관세를 다시 부과)를 하겠다고 지난 6일 세계무역기구(WTO) 상품이사회에 통보했다.

그러나 양허정지를 바로 할 수 없다. WTO 세이프가드 협정은 세이프가드가 협정에 합치하는 경우 세이프가드 발동 3년 동안은 양허정지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양허정지를 하려면 제소를 통해 미국의 세이프가드가 협정에 위배된다는 분쟁해결기구(DSB) 판정을 받아야 한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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