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현민 자매를 퇴진시키기로 하면서 ‘갑질’ 논란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탈세와 밀수 등 의혹을 해명하지 않아 오너가에 대한 비난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은 22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조현아·현민 자매를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며,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보임하기로 했다.

관세청 관계자들이 대한항공 오너 일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한진그룹 차원으로는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준법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물벼락’ 사건이 알려진지 열흘여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복귀한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경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이 오너 일가의 갑질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결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현민·현아 자매와 형제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보직을 유지했다.

한진그룹 오너가의 갑질 의혹은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도 SNS에 불법 비리 제보방을 만드는 등 폭로에 나서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 중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밀수와 탈세 의혹이다. 관세청은 21일 조양호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세관에 항공기 부품으로 신고했던 코드명 ‘KIP' 수하물이 오너 일가의 개인 물품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조 회장이 고급 양주를 일등석 옷장에 실어서 운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항공사 부품은 운송료를 따로 내지 않을뿐 아니라, 관세법상 세금도 면제된다. 만약 오너가의 개인 물품이었다면 탈세와 밀수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다.

대한항공 측은 조 회장이 술을 전혀 못마신다는 등 해명을 내놓으면서 의혹을 전면 부정하고 나섰지만, 국세청은 압수수색에서 세금을 내지 않은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발견하는 등 관련 증거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무가 어떻게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진에어에서 등기이사로 활동할 수 있었는지도 미스테리다. 현행법상 항공사는 외국인 임원을 두면 면허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를 모를 수 없었던 만큼, 수사당국은 한진그룹과 국토부간 교감이 있었는지를 수사중이다.

그 밖에도 대한항공이 뚱뚱하거나 못생긴 직원들에 시말서를 받았다거나,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에 말대꾸를 한 회사 달력을 만드는 직원, 조양호 회장에 인사를 하지 않은 인하대 경비원이 해고를 당했다는 등 오너가의 갑질 의혹은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의혹이 생길 때마다 해명자료를 내놓고 있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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