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출산 경험 40대 이상 여성 10명 중 3명 발병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 "케겔운동 통해 골반 근육 강화해야"
신정호 교수/사진제공=고려대 구로병원

[한스경제 김지영] #55세 주부 이모씨는 몇 달 전부터 아랫배가 뻐근하고 소변을 볼 때마다 질 밖으로 무언가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병원을 찾는 게 부끄러워 치료를 미뤘고 그 사이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급기야는 빠져 나온 것을 손으로 쑤셔 넣어야만 겨우 소변을 볼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골반통증까지 생겼고 ‘골반장기탈출증’을 진단받아 결국 수술을 받아야 했다.

‘밑이 빠지는 병’이라고도 불리는 골반장기탈출증은 자궁, 방광, 직장 및 내장과 같은 장기들이 정상 위치를 벗어나 질을 통해 밑으로 처지거나 밖으로 빠져 나오는 것을 말한다.

장이 나오면 직장류라고 하고 자궁은 자궁탈출증, 방광은 방광류라고 부른다. 하나의 질환이 단독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많은 여성들이 골반장기탈출증으로 고통을 받지만 수치심에 치료를 받지 않고 감춘다”며 “이는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배뇨장애, 질 출혈, 골반통증 등 다양한 증상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질환이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골반장기탈출증, 원인과 증상은?

골반장기탈출증은 주로 임신과 출산의 영향을 받아 발병한다. 출산을 경험한 40대 이상 여성 10명 중 3명이 경험할 정도로 중년 이상에서 빈번하다. 유전의 영향도 커 어머니가 해당 질환을 앓았다면 발병 확률이 더욱 높다.

출산을 할 때 여성의 몸은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때 골반 구조도 바뀌어 골반 구조물을 지지하는 골반 인대나 근막, 근육 등이 손상을 입는다.

난산을 했거나 거대아를 출산한 경우, 여러 차례 출산을 한 경우 골반 지지구조 손상이 커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골반장기탈출증이 발병하면 밑이 묵직하고 빠지는 느낌이 들거나 실제로 계란 모양으로 장기가 빠져 나온다. 또 걸을 때마다 불편해 질염도 빈번하게 생긴다.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봐도 시원하지 않으며 변비가 생기는 등 배변·배뇨 장애가 나타나고 골반 통증도 동반한다.

◇치료, 시술보다는 수술이 효과적

골반장기탈출증 치료는 질 입구로 장기가 얼마만큼 빠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골반 근육 강화 운동을 하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2기 이상 진행된 상태라면 반복적으로 질 밖으로 장기들이 탈출하고 염증이 발생하므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

폐경 이후 노화가 진행되면 증상이 심해져 50대, 60대, 70대가 될수록 수술을 받는 경우가 증가한다. 가장 많이 수술을 받는 연령대는 70대다.

80세 이상은 체력이 약해 수술 후 후유증 등이 생길 수 있어 수술보다는 ‘페사리’라고 불리는 실리콘 링을 질 안에 삽입하는 시술을 한다. 그러나 페사리는 소독이 불편해 만성 염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 건강에 무리가 없는 노년 여성이라면 수술을 받는 것이 낫다.

최근에는 로봇수술기를 이용해 수술 시간은 단축하고 최소한의 절개와 작은 흉터로 수술 후 통증 경감 및 빠른 회복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케겔운동으로 골반 근육 강화해야

복압을 증가시키는 생활습관은 골반장기탈출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실제 수술을 받은 여성의 1/3은 재발 때문에 두 번 이상의 수술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잘못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은 중요하다.

신 교수는 “복압을 상승시키는 만성적변비와 복부비만, 반복적으로 무거운 짐을 드는 행위 등이 악화 요인”이라며 “적정 체중 유지와 배변 활동 개선, 생활습관 개선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골반장기탈출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요도괄약근 주위를 조이기를 반복하는 케겔운동으로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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