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 기자]2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지난 20일 제기된 ‘유진투자증권 과 공매도 세력 주가조작 조사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진행 중이다. 참여인원은 1,000명을 훌쩍 넘었다. 23일 제기된 청원은 아예 ‘중소형주 시장의 바이오 버블, 시장 건전성 심하게 훼손’이라는 제목의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한병화 연구위원의 실명을 넣었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애널과 공매도 세력 주가조작 조사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유진투자증권 내부에서는 소신있게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한 보고서라 문제는 없지만, 일부 투자자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긴장하는 모습이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평소 애널리스트가 소신있고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인데, 일부 투자자가 항의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중소형주 바이오주의 버블을 지적했지만 오히려 시장에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 바이오주가 동반 하락하면서 일부 투자자가 분노했다. 하지만 사실 보고서에도 언급했듯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셀트리온 등 이미 궤도에 오른 대형 바이오주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바이오섹터(업종)을 담당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등을 커버해왔다. 셀트리온 주가가 4만원을 밑돌 때부터 분석해왔다.

그는 대형 바이오주에도 거품이 껴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글로벌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 그런 거품이 용인될 수 있다”면서 “향후 이익의 증가속도를 감안하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위원은 “셀트리온의 경우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가 유럽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고 허쥬마는 재고가 2,00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이미 성공한 약과 다른 중소형 바이오주의 개발도 되지 않은 약과 같은 잣대를 놓고 보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논리로 그는 금융감독원이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주 테마감리에 대해서도 대형 바이오주는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한 연구위원과 보고서의 지적은 매우 간단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중소형 바이오주의 주가가 뜀박질했지만, 정작 셀트리온과 같이 성공적인 미래가 보장된 회사 많이 없고 제조업을 하다가 지분을 인수하거나 바이오전문가를 영입했다는 이유로 주가가 상승한 건 명백한 거품이라는 주장이다.

또,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이 성공한 바이오종목이 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데, 이 같은 자본을 보유한 중소형 바이오주도 드물다. 그런데 시가총액 1조원을 넘는 중소형 바이오주가 속출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우려돼 경고성 보고서를 냈다. 그런데도 일부 투자자는 오히려 한 연구위원을 비판하고 있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바이오주가 개발하고 있는 약이 기술적으로 타당하고 상품화돼서 시장으로 나올 수 있느냐고 검증해보면 옥석가리기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과거 증시에서 전세계적으로 IT버블이 일어나 상처도 있었지만 인류 전체 차원에서 얻는 거 많았다”고 평가했다.

IT버블 이후 지금과 같은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이 탄생하는 등 ‘좋은 버블’은 일정부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중소형 바이오주는 ‘머니게임’ 양상에 접어들었다는 게 한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그렇다고 글로벌 바이오주가 동반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도 아니어서 정부의 중소형주 육성정책 자금이 검증도 되지 않은 중소 바이오주로 모이고 있다.

한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 목적은 바이오주를 비롯한 중소기업을 도와주려는 거지 ‘무늬만 바이오’인 기업에 자금을 몰아주는 게 아니다”면서 “정책에 따른 선순환보다는 머니게임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버블은 일정부분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에서 나타나지만,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부작용이 없다”면서 “한방향으로만 쏠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재차 언급했다.

바이오주를 대체할 중소형주로는 전기차 산업 관련주를 꼽았다. 제약주가 연 4~5%, 바이오주가 연 7~8% 성장하는 성숙기에 접어든 데 비해 전기차는 이제 막 성장 초기단계에 진입했다. 생산지연 사태로 대표기업 테슬라가 위기에 빠지기는 했지만 국내 중소형 부품 소재 업체에는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바이오주에 비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높다.

한편, 한 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대한 반박 보고서도 이날 토러스투자증권에서 나왔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바이오 업체가 다 큰 성인이라면, 한국의 바이오 업체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이라면서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빅파마(글로벌 제약사)로 가는 시초로 바이오버블이 아닌 바이오붐이 더 맞다”는 주장이다.

전 연구원은 그 근거로 나스닥 바이오텍지수(NBI)의 주가순자산비율(PBR)에 비해 코스닥 제약업종 PBR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PBR은 성숙기보다는 성장기에 더 높게 나올 수 밖에 없지만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고평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NBI의 PBR은 5.2배로 코스닥 제약업종(5.9배)이 더 높지만 NBI에 포함된 바이오텍은 이미 성숙기에 도달했고, 한국의 제약회사는 이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성장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현재 미국의 바이오텍은 임상을 마치고 수십조원의 매출이 나오는 상황이며, 국내 바이오텍은 임상 2~3상 중으로 앞으로 매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4년만 해도 NBI지수의 PBR은 7.9배에 달했는데, 현재 역사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코스닥 제약지수의 5.9배가 결코 높다고 볼수 없다”면서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시에도 코스닥 바이오주의 주가가 높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시 반론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과 PRB이 상대적으로 미국 기업보다 낮은데, 바이오기업의 PBR이 미국 기업에 비해 높다는 건 그만큼 고평가됐다는 얘기”라면서 “향후 규모와 관계없이 실질적 실적개선으로 연결이 되지 못하는 바이오 기업의 주가 거품은 깨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일부 셀트리온 등 일부 바이오주 투자자로 인해 증권가에서 제대로 된 투자의견을 못내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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