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천 두견주', 의미와 유례는?

[한스경제 변동진] 남북 정상회담 만찬 테이블에 오를 메뉴가 화제인 가운데, 분위기를 띄울 '면천 두견주'가 주목받고 있다. 애주가들은 벌써부터 만찬주를 맛보기 위해 구입문의를 하는 한편,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만찬주 선정 배경과 술의 유례, 의미까지 확인하고 나서는 등 화제 일색이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간 어깨를 감싸는 '러브 샷'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될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남북 정상회담 만찬주로 선정된 두견주. /당진

면천 두견주는 1000년의 술이다. 25일 김현길 면천두견주 보존회장에 따르면 '면천 두견주'는 10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술이다. 이 술은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효심'(孝心)으로 인해 탄생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민족의 전통의례, 효를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 시간속 효의 스토리를 짚으면 이렇다.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 장군이 면천으로 낙향한 후 알 수 없는 병을 앓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딸 영랑은 아미산에 올라 백일기도를 드렸다. 100일째가 되던 날 나타난 신령의 말에 따라 두견주를 빚어 100일 후 복 장군에게 마시게 하고 은행나무를 심었더니 병이 거짓말처럼 치유됐다고 한다.

설화에 나오는 은행나무는 현재 옛 면천초 터에 자리 잡고 있으며, 국가천연기념물 제551호로 지정돼 있다. 면천 두견주 역시 지역 민속주로 자리를 잡아 지난 1986년 국가지정 문화제(제86-2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보유자가 2001년 사망하면서 그 맥이 끊겼었다. 당진군은 두견주의 명맥을 잇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던 중 2004년 보조회를 결성했다. 한 사람에게만 전승하면 또 다시 맥이 끊길 것을 우려해 이 같은 단체를 만든 것이다. 이어 2016년 전수교육관을 준공, 지난해 7월 30일 개관해 전수 및 관광객 체험 등 진행하고 있다.

면천 두견주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은 건 2014년이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당진 솔뫼성지를 방문했을 때 천주교 아시아 청년대회 사제단 만찬주로 쓰였기 때문이다.

당진시는 교황 방문에 감사하는 뜻으로 같은 해 11월 교황에게 촛대와 두견주를 선물하기도 했다. 지난해는 2021년으로 예정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행사를 알리기 위해 교황청을 방문, 두견주를 기념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정계 관계자들은 면천 두견주가 만찬주로 선정된 배경에 대해 북한을 상징하는 꽃인 '진달래'를 주재료로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선 이달 초 '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를 통해 만들어진 화합의 분위기를 잇기 위해 봄과 진달래를 상징하는 두견주를 만찬주로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한다. 두 정상간 진지하고 애틋한 '사변적인 러브 샷'도 연출될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만찬 메뉴를 살펴보면 청와대의 남북 화합의 의미를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의 감자전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 고향인 부산의 달고기 구이 등이 있다. 무엇보다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도 맛본 평양 옥류관 냉면도 선정됐다.

이밖에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98년 두 차례 방북 당시 소떼를 몰고 올라가 유명해진 충남 서산목장의 한우로 만든 숯불구이, 북한에 잘 알려진 작곡가 윤이상의 고향인 남해 통영 바다의 문어로 만든 냉채,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 참여했던 두 전직 대통령의 고향 음식 민어 해삼 편수(여름철 만두)과 김해 봉하마을 쌀 등이 만찬 테이블에 오른다.

김 회장은 "두견주가 만찬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이달 진달래축제 때 술이 많이 팔려 현재는 물량이 거의 없다. 우리도 갑자기 만찬주 소식을 접하게 돼 두견주를 찾는 분들께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봄과 북한을 대표는 꽃이 진달래인 만큼, 이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두견주가 만찬주로 선정되지 않았겠냐"고 설명했다.  

한편 정상회담 장소인 평화의집에서는 이날 오후 2시 40분부터 4시 30분까지 첫 리허설이 진행됐다. 리허설에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25일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을 단장으로 한 북측 선발대와의 남북 합동 리허설이, 26일엔 문 대통령의 회담 공식 수행원 6명이 참석하는 리허설이 한 번 더 진행될 예정이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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