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고영훈] 역사적인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을 벗어나 남한사회에서 생활하는 이탈주민들은 제2금융권의 고금리대출 영업으로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북한 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취약계층 정책금융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26일 한국은행 'BOK연구 북한이탈주민의 신용행태'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은 기존 한국주민에 비해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액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은행대출이 가능한 고신용 차주의 고금리 대출액 평균 비중이 15.1%로 남한 주민 3.8%에 비해 무려 5배 정도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출처=한국은행·나이스평가정보

한국은행과 나이스평가정보는 2010년 4분기부터 2017년 1분기까지 북한이탈주민의 약 10%에 해당하는 3,161명의 신용정보 자료와 이들의 소득, 성별, 연령, 신용등급 등이 유사한 남한 주민과의 상황을 비교·분석했다. 고금리 대출은 카드사, 할부·리스, 저축은행, 대부업권에서의 대출로 보통 연 20% 이상을 의미한다.

2012년 정부의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는 정책으로 인해 탈북민 고신용자의 고금리 대출액 비중은 30%를 넘었다. 이렇듯 금리가 높다보니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상황도 빈번했다. 북한이탈주민의 채무불이행 건수는 지난해 3월말 기준 0.39건으로 남한주민 0.18건 보다 2배나 차이났다. 규제정책 직후인 2013년 1분기 북한이탈주민의 채무불이행 건수는 0.83건까지 치솟았다. 대출 3건 이상을 보유한 다중채무자 탈북민의 경우 26.2%로 일반인 19.2%보다 7%포인트(p) 높았다.

연구를 주도한 정승호 한은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탈주민은 사회주의 사회에서 살았기 때문에 금융지식의 부족으로 국내 정착 직후 개인 신용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금융포용성 확대를 위해 이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탈주민 지역적응센터(하나센터)에서 개인별 금융 상담을 강화하고, 정부의 사회취약계층 금융지원정책 마련 시 이탈주민의 사회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주민등록번호로 한국인과 식별이 안되기 때문에 탈북자에 대한 차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탈주민에 대한 차별은 존재하며 금융지식이 부족한 이들을 대상으로 일부 금융기관은 고금리대출 영업을 의연중에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지난달 발표한 '2017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탈북민 응답자 중 23.1%가 '차별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 2011년부터 최근 7년간 탈북민을 대상으로 정착 실태 전반을 조사했으며 탈북민의 실업률은 7.0%로 한국민 3.6%의 두배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을 받으려면 심사 상담을 받는다"며 "남한 말씨가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는데 북한 사람이란 걸 인지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출신 국적은 아니라도 신용등급은 조회가 되기 때문에 더 싼 금리로 대출이 가능한 고신용자에 대한 2금융권이 방만 영업을 자행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이탈주민은 "탈북인이 채용이나 대출에서 차별을 당한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며 "탈북인이라는 것을 먼저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심리적으로 약자라는 반증"이라고 하소연 했다.

고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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