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국내 금융권에도 따뜻한 봄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의 북한내 영업 재개, 북한 관련 금융상품 개발등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북한에서 영업을 해왔던 우리은행의 영업이 재개될지, 2014년 ‘통일대박론’이 부상하면서 앞다퉈 등장했던 통일금융 관련 금융상품이 재등장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 지하에 위치한 우리은행 개성지점 임시영업점 모습. 사진=우리은행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회담의 성사로 금융권의 스포트라이트는 우리은행이 받고 있다. ‘개성공단 진출 1호 은행’이자 국내 금융사 중 유일하게 북한에 깃발을 꽂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개성지점은 지난 2004년 12월 설립됐다. 우리은행에서 지점장, 부지점장, 책임자급 3명이 파견됐고 현지 직원 4명이 더해져 총 7명이 근무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환전을 해주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개성지점과 거래하는 기업 수는 123개에 달했다. 일반 영업점에 비해 업무가 비교적 단순했으나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독점거래를 할 수 있어 전망이 밝았다.

우리은행이 북한에 처음으로 진출한 은행이 되기까지 경쟁은 매우 치열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등 7개 은행들이 참여한 개성공단 진출 입찰경쟁에서 ‘토종 민족자본 은행’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돼 개성공단관리창설준비위원회로부터 개성공단 내 최초 점포 은행으로 선정됐다. 한국 전쟁 발발 전까지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북한 지역내 지점만 50여개 이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남북분단 전 북한 지역에 50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던 유일한 은행이었다는 점과 기관영업 및 기업영업을 잘해왔다는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은행 개성지점은 본점 지하에 임시영업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그해 4월에는 개성공단이 폐쇄됐고 2016년 2월 개성공단 지점 영업이 완전히 중단됐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임시영업점을 통해 개성공단에 입점해있던 기업들과의 거래관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시스템이 다 갖춰져 있기 때문에 (공단 가동이) 재개되면 이전처럼 운영하면 된다”며 “그 때가 되면 금융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개 여부는 이번 회담 테이블에는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가 최우선 전제로, 비핵화 이후 관계 진전이 있어야 남북 경제협력(경협)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정부가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재개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만큼 이번 회담으로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추후 재개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보인다.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통일 대박론’에 힘입어 은행권에도 ‘통일금융’ 열풍이 불었는데, 이 바람이 다시 불어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 시중은행들은 저마다 통일금융상품을 선보이고 연구 전담조직을 설치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우리은행의 ‘우리겨레 통일’ 입출금통장·예금·펀드, 국민은행의 ‘KB통일기원적금’, 농협은행의 ‘통일대박 정기예·적금’이 대표적이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답게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해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등 실질적인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회담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하니 금융권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통일 전후로 직·간접적인 북한 진출에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것 같다”며 “남북 경협 지원을 위한 상품 등이 또 (2014년 당시처럼) 나오겠지만 이제는 중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상품을 개발하고, 통일금융 사례를 연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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