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시 호재만발!"

[한스경제 이성노]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재계의 남북경제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남북 정상이 마주하면서 경제협력에도 긍정 기류가 흐를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북사업으로 희비가 교차했던 현대그룹은 '비상대응태세'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6일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대 등 재계는 '남북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재계는 남북 경제 협력에 대해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북한 투자에 열정적으로 나섰던 현대그룹은 내부적으로 다양한 경협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룹은 비상대응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 협력이 이번 정상회담 주요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정치, 외교 이슈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고 26일 말했다. 

이어서 "대북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유엔(UN)의 대북제재가 해소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현대아산을 중심으로 현대그룹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상황이 긍정적으로 흘러간다면 신속하게 대북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에 많은 희망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지난 1998년 금강산 관광 사업 등 대북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2007년 금강산 관광 매출은 2,500억 원을 넘어섰고, 매년 300억 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2008년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사업을 중단했다. 지난 10년 동안 누적된 매출 손실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대북사업이 중단된 이후 현대아산은 실적은 물론 직원 수도 급감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대그룹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는 이유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역시 대북사업에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정주영 선대 회장의 유지인 남북 간의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은 반드시 현대그룹에 의해 꽃피게 될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올해 고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의 15주기이자, 금강산 관광 20주년이란 상징성까지 생각한다면 현 회장을 필두로 한 현대그룹이 대북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현대그룹뿐 아니라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글로벌 투자환경은 더할 나위 없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남과 북이 경제협력에 손을 잡는 다면 재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궁무진하다. 정부에선 부정하고 있지만, 지정학적 위치에 대한 보이지 않은 불이익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마어마하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경제계엔 큰 호재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 시장이 개방된다면 현대뿐 아니라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북한이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춘다면 인프라 구축은 물론 2,500만명의 내수시장이 열리게 된다. 재계로선 또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며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대북제재 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과거 북한의 행태를 봐서는 남북 해빙 모드를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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