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예쁜 누나’와 ‘나의 아저씨’는 한 끝 차이?’

요즘 안방극장 중심엔 화제의 두 드라마가 있다. JTBC 금토극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tvN 수목극 ‘나의 아저씨’다.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운동과 함께 성차별 개선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 두 작품이 현실을 반영하는 방법은 극명하게 갈렸다. ‘예쁜누나’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반면 ‘나의 아저씨’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 강조한 느낌이다. 두 작품 모두 5~6%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반응은 온도차를 보였다.

‘예쁜 누나’는 현실과 로망을 적절하게 버무렸다. 30대 여성의 연하남에 대한 판타지와 직장 생활의 현실적인 고충이 조화롭게 섞여 공감을 사고 있다. ‘예쁜 누나’는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던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일도 사랑도 제대로 이뤄놓은 게 없어 공허함을 느끼는 30대 윤진아(손예진)가 밥 사주고픈 동생 서준희(정해인)를 만나면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타 드라마처럼 자극적인 소재가 없을 뿐 아니라 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고 주위에 일어날 법한 일들을 그리고 있다. 손예진과 정해인의 나이 차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실제로 여섯 살, 극중 나이차는 네 살에 불과하다. 요즘 드라마 속 커플들의 실제 나이차가 20세까지 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점과 비교됐다. 더욱이 손예진과 정해인의 실제 연인 같은 케미는 몰입도를 높였다. “진짜 사귀는 거 아니냐?”고 의심할 정도다.

아울러 진아는 많은 여성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미투운동으로 인한 여성 폭력 관련 인식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진아 캐릭터는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원래 진아는 아무리 싫어도 웃으면서 상사들의 비위를 맞춰 동료들에게 ‘윤탬버린’이라고 불린 인물. 연애를 통해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 뒤 ‘사이다 윤대리’로 변했다. 출장 가서도 접대 회식을 강요하는 공철구(이화룡) 차장에게 “저 이제 그딴 거 안 하려고요. 지겨워서 못해먹겠어요”라고 거절했다. 진아의 변화는 회사에 나비효과를 불러왔고, 결국 회식 강요가 금지됐다. 여직원들끼리 앉은 테이블에 남자 상사가 끼어들자 다들 화장실로 빠져가는 장면이나, 노래방에서 여직원들에게 성추행을 일삼는 상사들의 모습도 현실적으로 그렸다. 이와 함께 마케팅팀 부장 정영인(서정연)과 가맹운영팀 대리 금보라(주민경) 역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서 사이다 면모를 보여줬다.

‘나의 아저씨’ 속 캐릭터들은 현실에서 찾기 쉽지 않다.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40대 아저씨 박동훈(이선균)-상훈(박호산)-기훈(송새벽) 삼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20대 이지안(아이유)이 서로를 통해 치유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방송 전부터 유부남인 45세 박동훈(이선균)과 21세 이지안(아이유)의 관계가 불편함을 자아냈다. “중년 남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것 아니냐?”는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가수 활동 당시 로리타 논란이 일어난 아이유를 의도적으로 섭외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실제로 열여덟 살, 극중 스무 살 차이 나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김원석 PD도 “같이 있으면 원조교제 혹은 꽃뱀 등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물론 김 PD 말대로 ‘나의 아저씨’는 두 사람을 식상한 러브라인으로 끌어들이지 않았다. 아픔이 있는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치유하고 점점 소중한 관계임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줬다.

하지만 선입견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개저씨’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아저씨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신이 강한데, 다시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봐달라고 아무리 호소해도 시청자들은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몇 년 전만해도 ‘아저씨’는 원빈처럼 능력이 뛰어나고 멋진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극사실주의를 지향하지 않는다”며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통해 현실을 걸러 보여주고 싶다고 한 김 PD. 8회까지 방송된 후 간담회를 열고 “진심을 알아달라”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시청률 역시 큰 변화가 없었다. 대박 드라마가 탄생하려면 배우, 극본, 연출 세 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된다고 하지 않나. 여기에 적절한 시기 및 캐릭터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나의 아저씨’는 박해영 작가가 4년 전 쓴 작품”이라며 “‘이런 작품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면 일찍 했을 텐데’”라고 김 PD가 아쉬워하는 이유다.

사진=JTBC, tvN 제공

최지윤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