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간부의 실명까지 사칭하는 등 보이스피싱의 사기 수법이 한층 대담해졌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에 근무하는 조성목 과장'에게서 전화를 받았다며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는 신고가 지난주 여러 건 접수됐다.

사기범이 사칭한 '조성목 과장'은 직급은 다르지만 금감원 간부 이름이다.

그는 금감원에서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금융사기 대응을 총괄하는 서민금융지원 국장(선임국장)을 맡고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통화내용을 담은 일명 '그놈 목소리'를 공개해 피싱 사기 예방을 주도했다.

피해자들의 신고내용을 종합해 보면 사기범들은 현금수취형 수법을 동원했다.

현금수취형은 '안전조치를 하지 않으면 계좌의 돈이 털릴 것'이라며 겁을 준 뒤 현금을 찾아 집안 냉장고 등에 보관토록 하는 수법이다.

그 후 사기범들은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가짜 신분증을 보여준 뒤 "안전하게 보관해 주겠다"며 돈을 받아가거나 집에 침입해 훔쳐가기까지 한다고 한다.

대포통장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단속이 강화되자 나온 수법이다.

피해자 A씨도 이런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은 경찰을 사칭해 "통장이 잘못 개설됐다. 금방 금감원 직원에게 전화가 올 것이니 시키는 대로 하라"며 짤막하게 통화하고 끊었다.

이후 걸려온 전화에선 '금감원 조성목 과장'을 사칭한 사람이 "은행에 있는 돈을 전부 찾아 현찰로 준비해 집에 보관하면 직원이 가지러 간다"고 했다는 것이다.

실제 현금수취형 금융사기는 최근 급증세다.

이 가운데 냉장고 등에 보관하게 한 뒤 몰래 들어가 훔쳐가는 '침입절도형'은 올 1~3월에 모두 14건에 불과했지만 9월 19건, 10월 36건으로 늘었다.

직접 만나 돈을 받아가는 '대면편취형'은 올 1~3월에 한 건도 없었으나 9월 23건, 10월 11건으로 증가했다.

금감원과 경찰의 단속 강화에 따라 전체 피싱사기는 급감세다.

올 상반기에는 월평균 피해자가 1,707명이었으나 9월 612명에 이어 10월에는 287명으로 줄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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