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김남주는 JTBC 종영극 ‘미스티’ 속 고혜란 못지않게 치열하게 살았다. 세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돈을 벌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고 털어놨다. 극중 고혜란은 최고의 앵커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아이 지우는 일도 마다하지 않은 인물. 전 남자친구 케빈리(고준)를 죽인 범인이 남편 강태욱(지진희)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지만, “‘미스티’다운 결말이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6년 만의 복귀작 ‘미스티’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남주는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내조의 여왕’부터 ‘역전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미스티’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대박이 났다. 스스로도 ‘천운을 타고 났나’ 생각할 정도. 무엇보다 남편 김승우의 외조가 큰 힘이 됐다. 대본이 나올 때마다 항상 먼저 읽어보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올해 마흔 일곱인 김남주는 ‘조금 젊었을 때 고혜란을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워하면서도 “지금 이 느낌이 안 났을 것”이라며 멋있게 나이 들고 싶어 했다.

-고혜란에서 못 빠져 나온 것 같은데.

“아직도 고혜란의 모습을 원하는 분들이 많다(웃음). 하다못해 아이 친구 엄마들도 ‘고혜란처럼 안 올 거면 학교 오지 말라’고 하더라. 딸이 중2인데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너는 범인 누군지 알지?’라고 물어봤다고 하더라. ‘미스티’가 1~3부까지 19금이었는데, 그렇게 야한 건 아니라서 아이들도 다 봤더라. 초등학교 4학년 아들도 처음에는 재미없다고 하다가 나중에 몰입해서 보더라. ‘엄마 범인이 누구야?’ 묻더니 ‘미스티’ 방송 끝나고 JTBC 로고가 나오지 않냐. ‘범인 JTBC래!’ 라고 해 엄청 웃었다.”

-‘미스티’가 종편 첫 출연이었다.

“부담감이 덜 했다. 시청률이 조금 안 나와도 ‘작품성으로 승부 보면 돼’라는 마음이었다. ‘미스티’는 JTBC를 만나서 더 좋았다. 손석희 사장님이 진행하는 ‘뉴스룸’이 되게 유명하지 않나. 고혜란이 앵커인 것도 잘 맞아 떨어졌다. ‘미스티’ 색깔이 좀 강해서 다른 방송사에서 ‘너무 야하다’ ‘덜어내라’고 했는데, 타협했으면 평범한 드라마가 됐을 거다. 대본 그대로, 커트가 많아도 방송 분량 늘려서 해줬다.”

-‘미스티’ 잘 될 줄 알았나.

“스토리가 원체 탄탄해서 대본 봤을 때부터 잘 될 것 같았다. 드라마는 작가 작품이니까. 내가 생각한 것보다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서 ‘천운을 타고났나?’ 생각했다.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남편도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 고혜란은 일단 악녀 캐릭터니까 예뻐야 했다. 제작진의 목표는 고혜란 예쁘게 찍는 거였다. 촬영 전 진기주, 전혜진 여배우 3명 카메라 테스트도 미리 했다. 시청률 안 나오면 화제성으로 가자고 했다. 연출도 만족스러웠다. 모완일 PD가 KBS에서 옮긴 후 첫 작품이었다. 다 조기종영해서 ‘16부작 끝까지 하는 게 목표였다’고 하더라. 이 드라마 안 되면 ‘모완일 PD 다 너 때문이야!’라고 했다(웃음). ‘드라마 잘 돼서 모완일 좋겠어~연출력 좋다고 소문났어’라고 했더니 ‘김남주 등에 업고 잘 됐다면서 욕먹었다’고 하더라(웃음).”

-작품 선택 기준이 궁금하다.

“재미있는지, 공감이 가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대본을 읽으면서 ‘이 말 왜해? 여기 왜 있어?’ 반감이 생기면 연기를 할 수가 없다. 일단 스토리가 탄탄해야 한다. ‘미스티’는 4부까지 대본이 나와 있었는데 죽이더라. 가끔 작가들이 이후 무너지는 경우가 있어서 5부가 관건이었다. 5부 대본이 나왔을 때 남편이 ‘야 괜찮아!’라고 하더라. 6, 7, 8부 단 한 회도 이상한 데가 없었다.”

-범인이 지진희인 걸 미리 알았나.

“처음부터 남편 강태욱이 범인인 걸 알고 있었다. 주변 아무한테도 범인이 누군지 말 안했다. 알면 재미없지 않냐. 물론 김승우씨는 대본 나오면 가장 먼저 봐서 알고 있었다. 마지막 방송에서 고혜란이 ‘(케빈리 죽인 범인) 당신이었어?’라고 하니까 강태욱이 ‘어’라고 하지 않았나. 오중석 포토그래퍼가 카톡으로 ‘누나 이젠 말해도 되잖아’라면서 범인 알려달라고 하더라. 강태욱이 대답했는데 ‘또 반전 있지?’라고 물어서 빵 터졌다. 정말 대박이었다(웃음).”

-결말 논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세련됐다고 생각했다. 파격적인 결말이지 않았나. ‘미스티’ 다운 결말이었다. 15~16부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해 ‘강태욱 끝까지 죽여!’라고 했다. 시청자들은 태욱이 혜란과 행복하길 바라서 실망한 것 같다. 16부 대본 받고 울었다. 임태경, 지진희씨랑 연기할 때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 셋 다 불쌍해서 얼굴을 못 보겠더라. 혜란이 태욱을 정말 사랑하는 게 느껴졌다. 사실 범인은 1부부터 강태욱으로 몰아갔는데 시청자들은 반전이 있다고 생각해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범인이 바뀔 가능성은 없었나.

“반 사전제작이지 않았나. 강태욱이 범인이라는 걸 철저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안 됐다. 처음에 태욱이 혜란을 대변해서 변호하고, 중간에도 증거가 나왔는데 시청자들이 눈치 채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제인 작가가 마지막 방송 같이 모여서 보는데 ‘나 좀 해외에 나가 있어야 되겠다’고 하더라. 작가가 폭탄 맞지 않았냐. 시청자들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계획대로 가서 ‘미스티’의 색깔을 지킬 수 있었다. 그 동안 없었던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데 대해 만족한다.”

-고혜란도 행복하길 바랐는데.

“마지막에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고혜란처럼 치열하게 성공만을 위해서 사는 게 행복인가?’라고 물음을 던지지 않았냐. ‘주변의 행복을 다시 돌아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거다. 고혜란은 성공을 위해 아이까지 지우면서 극악하게 살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진정한 행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혜란 진짜 무섭다’고 느꼈다.”

-고혜란의 롤모델은.

“내가 어렸을 때 제일 잘 나간 앵커가 백지연, 김주하 2분이었다. 손석희 사장님이 진행하는 ‘뉴스룸’은 인기가 많아서 애청했다. 촬영 전 JTBC 안나경 아나운서에 도움 받았는데, 고혜란은 자리를 위협받는 나이 든 앵커니까. 오히려 백지연, 김주하 앵커의 자료를 찾아봤다. 롤모델은 따로 정하지 않았고, 여러 가지 짜깁기했다. 내가 흉내를 좀 잘 내는 편이다.”

-배우로서 본 고혜란은.

“고혜란은 정말 세다(웃음). 연기하면서 ‘고혜란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나도 어렸을 때 너무 가난해서 앞만 보고 달렸다. 유학이 정말 가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과감히 떠나는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부럽더라. 대리만족도 많이 했다. 의외로 눈치를 많이 보는 스타일인데 고혜란은 자기 밖에 모르지 않나. 뉴스룸 의자에 앉아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희열이 느껴졌다. ‘나 고혜란이야!’ 이런 느낌이랄까. 뉴스 브리핑할 때가 가장 재미있었다. 한지원(진기주)에 자리를 물려주고, 뉴스룸 세트 허물 때 가슴이 너무 아팠다.”

-한지원에 자리 물려줄 때도 많이 공감됐을 텐데.

“맞다. 배우로서 많이 공감됐다. 고혜란처럼 충실히 노력한 건 아니지만 배우로서 ‘내 자리 지켜야 돼’라는 마음이 있었다. 후배들이 많이 치고 올라오는데, 배우 김남주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다. 그래도 배우는 그 나이에 맞게 연기할 수 있어서 좋다. 신인이 가질 수 없는 깊이, 관록이 있지 않냐. 나이에 맞는 밥그릇이 있는 것 같다. 고혜란 나이가 서른 일곱인데 마흔 일곱에 연기했다. ‘5~10년 전 조금 젊었을 때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그랬으면 이 느낌이 안 났을 거다.”

사진=더퀸AMC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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