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화려함을 의도한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번에 모시게 된 분들 모두가 이 시대의 길동무 역할을 충분히 해온 분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드라마 콘서트 '눈부신 길'을 진행하고 있는 재즈 보컬리스트 겸 방송인 이동우는 매 회 등장하는 길동무(초대 손님)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눈부신 길'은 이동우 주연의 다큐멘터리 영화 '시소' 상영, 이동우의 마임, 노래, 길동무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단하지만 또한 살아내야할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연이다. 수익금은 전액 기부되며 길동무들은 재능기부로 참여하는 의미 있는 콘서트로 많은 관객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드라마 콘서트라는 개념이 생소한데.

"우리는 흔히 우리가 쓰는 말의 개념에 함몰되곤 한다. 보통 '드라마'라고 하면 TV에서 나오는 드라마를 떠올리지 않나. 우리 공연은 삶을 이야기하고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러 희로애락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우리가 겪는 장애와 슬픔, 상처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런 감정들과 우리가 인생에서 갖게 되는 경험을 소재로 한 공연이기 때문에 '드라마 콘서트'라고 네이밍하게 됐다."

-공연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다큐멘터리 영화 '시소'를 시작으로 해서 모노마임도 있고 길동무 분을 모셔서 같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있다. 내가 노래도 한다. 이런 부분부분들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고 결국 하나의 감정선으로 정리된다. 다채롭게 구성하려고 하다 보니 공연 시간이 조금 길다. 그런데도 관객들이 일어나면서 '벌써 시간이 다갔네' 하시더라. 그런 반응들 덕에 재미있게 공연하고 있다."

-길동무라는 표현이 신선하다.

"하여튼 우리가 쓰는 여러 어휘들의 개념 안에서 우리가 헤어나지 못 하는 일들이 참 많이 있다. 그런 것들이 우리의 정서와 생각을 딱 굳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게스트나 초대손님이라고 하면 그려지는 그림이 일정하다. 획일화돼 있고. 그렇게 되면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 분들이 이미 선입견을 갖고 올 것 같았다. 우리 공연에 오는 길동무들은 TV에 나오는 게스트나 초대손님, 특별손님의 개념이 전혀 아니다. 걷다가 힘들어서 지쳐 잠깐 앉았을 때 내 옆에 조용히 와서 앉아 주는, 손을 잡아 주는 그런 벗을 상징한다. 친구라는 단어도 사실 그렇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왠지 친구라고 하면 절대 헤어지지 않아야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잖나. 그렇다면 이 공연에 오는 분들은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길동무는 그저 한 구간, 어려울 때 손을 잡아주고 끌어당겨주는 존재다. 그러한 존재를 모시고 싶었기 때문에 친구보다, 게스트보다, 초대손님보다 길동무라는 이름이 가장 적합하겠다고 생각했다. '눈부신 길'이라는 공연 제목과 일관성도 있고."

-등장하는 길동무에 따라 공연 내용도 달라지나.

"내용은 달라지지 않고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같다. 사실 분위기도 크게 다르다고 하긴 어렵다. 어느 길동무 분과 대화를 나누든 결국 우리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소'를 보고 난 이후의 감정과 느낌들을 나누고 하는 거라 특별하게 내용과 분위기가 달라지지는 않지만 길동무들이 살아온 인생이 다르기 때문에 매번 다른 느낌을 우리가 가질 수는 있겠다."

-길동무 라인업은 어떻게 완성했나. ('눈부신 길'에는 정재환, 이승철, 양희은, 태민, 강타, 소유진, 허지웅, 알베르토 몬디, 최수영, 신현준, 한지민, 서명숙, 윤종신, 송은이, 문소리, 정성화, 이휘향, 안재욱, 유해진 등이 길동무로 참여했다.)

"많은 분들이 '라인업이 화려하다'고 하는데, 사실 화려한 걸 염두에 두고 모신 게 아니다. 스타여서, 그 분이 화려해서, 인기가 많아서가 아니라 이 번에 모시는 분들 모두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이 시대의 길동무 역할을 충분히 해오신 분들이라고 생각해서 초대했다. 이 분들이라면 충분히 깊이 있는 이야기를 관객 분들께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내 확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섭외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분들이 섭외 요청을 드리자 1분도 되지 않아서 '좋은 뜻의 공연이고 좋은 내용을 담은 공연이라면 힘을 모으겠다'고 답을 줬다. '얼마든지 일정 빼고 갈 수 있다'고 해주셔서 되게 감동을 많이 받았다."

-새로운 형식의 공연인데 만들어가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새롭다면 새롭다고 할 수 있을 콘셉트의 공연이다. 나 역시 이런 형식의 공연은 처음이다. 그래서 약간은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길동무 분들에게 미리 어떤 이야기를 나눌 거라고 말을 하지 않았는데, 모든 분들이 공연의 성격과 분위기에 잘 흡수돼 줬다. 아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참 다행스럽고 기쁜 부분에 대한 질문이다. 사실 우린 늘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추구하면서도 정작 새로운 게 내 앞에 나타났을 때는 주춤주춤 하게 되곤 하지 않나. 늘 익숙한 것을 하고 이왕이면 먹어 봤던 것을 먹고 가 봤던 곳을 간다. 남들이 가 보고 '괜찮다'고 했던 곳에 우선적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하고. 그런 측면에서 우리 공연은 새롭다면 새롭기에 불안했다. 그런데 긴 공연임에도 '벌써 끝났느냐'는 반응을 보여주실 때 굉장히 놀랍고 다행스러웠다. 결국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고 관객들을 대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진심을 다하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관객들은 다 전달을 받으시는 것 같다."

-관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공연장에 왔으면 하나.

"사실 그런 정보를 드리고 싶지 않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 그래서 못 오시는 분들이 많긴 한데. (웃음) 사실 누가 와야 되느냐고 한다면 미취학 아동 빼고는 다 괜찮다. 그 이유를 이야기하자면 우리 모두가 아프고 고독해서다. 휴대전화 안에 수백여 명의 지인과 친구들이 저장돼 있다고 뜨는데, 잠자리에 누워서 '이 가운데 한 명과 진솔하게 통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도 결국 한 명을 고르지 못 하고 자게 되지 않나. 외로운 건 너나할 것 없다. 신분, 지위와 무관하다. 우리 공연은 그런 메시지를 전한다. 내가 얼마나 큰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지, 내가 얼마나 슬픔에 잠겨서 살아가는지, 내가 얼마나 분노하며 살아가는지를 정확하게 들여가 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나를 볼 수 없는 세상. 나는 이걸 '장애'라고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다 장애인인 거다. 내가 얼마나 큰 장애를 갖고 있는지 들여다 보자는 게 이 공연의 메시지다."

이동우의 '눈부신 길'은 오는 7일까지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정진영 기자 afreeca@sporbiz.co.kr

정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