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금융감독원이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물론 정부와는 관련이 없는 정당한 감독업무라는 입장이지만, 문재인 정권, 특히 참여연대의 입김이 반영됐다는 의혹의 시선은 짙어지고 있다. 이에 막상 금감원과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투자자보호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오후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관련해 삼성증권 및 임직원에 대한 최대한 엄정 제재 방침을 밝혔다. 여기까지는 삼성증권의 실수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애초 사고를 친 건 회사 측이니 삼성증권도 할 말은 없게 됐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기자실에서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태와 관련해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눈에 띄는 건 이날 금감원이 삼성증권이 전산시스템을 계열사인 삼성SDS에 수의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금감원은 “최근 5년간 삼성증권이 전체 전산시스템 위탁계약의 72%(2,514억원)를 삼성SDS와 체결했다”면서 “삼성SDS와의 계약 중 수의계약의 비중이 91%를 차지하는 등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공정위 관할 사항인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까지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브리핑에 나섰던 강전 금융투자검사국장 역시 이에 대해 “금감원 관할 사항은 아니다”고 인정하면서 “공정위와 사전 협의를 통했다”고 설명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참여연대 출신으로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이른바 반삼성 인사로 유명하다. 김 위원장은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연대 소장 등을 거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문제와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 등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공정위 측과 금감원이 사전 협의했다면 삼성에 불리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수의계약을 진행했다”면서 “공정위의 조사가 있으면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만일 삼성SDS 사항에 대해 금감원이 지적하지 않았으면 ‘봐주기 논란’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마찬가지다. 애초 지난해 4월부터 진행된 특별감리 역시 참여연대가 분식회계 의혹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1년여가 지나서 정권이 바뀐 다음 나온 금감원의 결론은 2015년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계회사로 변경은 고의적인 분식회계라는 것이다. 이에 비상장기업이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감리를 맡았던 한국공인회계사회와 외부 감사인이었던 삼정·안진회계법인, 삼성물산의 외부감사인으로 연결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 의견을 제출했던 삼일회계법인 등의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정권에 따라 회계기준이 달라지느냐’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너무나도 민감한 사항이어서 당시 관련 교수들 의견을 종합해 고심 끝에 적정하다고 판단한 것인데, 이제 와서 금감원이 분식회계라고 하니 황당하다”면서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고의 중과실이 없으니 약한 제재 받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를 의식한 듯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비상장사라서 회계사회가 한 감리와 금감원의 감리는 다르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직접 회계감사에 나선 것은 2017년 특별감사가 처음”이라며 “항간에 나오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의혹 제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원 부원장도 “이전 (최흥식·김기식) 금감원장이 민간인 출신이다 보니 투자자보호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기업에 대한 회계처리 잣대가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어느 정도 엄격해졌음을 암시했다. 그때는 맞았어도 지금은 틀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김기식 전 원장은 김상조 위원장과 함께 참여연대에서 ‘재벌 저격수’로 활동한 인물이다. 2주 밖에 안되는 짧은 금감원장 재직 기간 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에 큰 관심을 갖고 챙겼다. 관련 부서에서는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원 부원장은 확실한 증거가 있음에도 금감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결과가 1년이나 걸렸냐는 지적에 “실제 감리기간은 10개월여”라면서 “정권이 교체된 것과 무관하게 원칙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자발적 처분을 요구하는 등 삼성을 표적으로 한 잇단 금융당국의 조치에 과연 원칙대로만 진행되는지 의구심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날은 반등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30%가량 하락하는 등 투자자보호 차원이라는 금감원의 설명도 큰 공감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올해 들어 매달 압수수색을 당할 정도로 사정당국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대부분 참여연대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정부 들어, 참여연대가 서울대보다만 위인 줄 알았더니 청와대보다도 위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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