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LG 압수수색, 예상치 못해…재벌 군기잡기 보여"

[한스경제 변동진] 검찰은 LG그룹 오너 일가 탈세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 바짝 움츠러든 모습이다. 정부의 칼날이 기업을 겨누고 있는 탓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물론, 투자와 글로벌 시장 진출 등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9일 LG그룹 총수 일가의 탈세 혐의와 관련해 서울 여의도 본사 재무팀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9일 LG그룹 총수 일가의 탈세 혐의와 관련해 서울 여의도 본사 재무팀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국세청은 LG그룹이 총수 일가가 소유하고 있던 계열사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10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가 있다며 지난달 고발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혐의점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일단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LG그룹의 갑작스런 검찰 수사로 인해 재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오너 리스크’가 없었던 탓에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 자체가 의외라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정부 기관으로부터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비상장 관계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취득가액이 아닌 공정가액(시장가)으로 변경 평가해 회계 처리한 것을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보고 있다.

회계부정 수준은 고의, 중과실, 과실 등으로 나뉘다. ‘고의’는 가장 높은 단계로 대표이사 해임 권고을 비롯해 검찰 고발, 과징금 등을 부과한다.

롯데그룹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법정 구속 상태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대법원 심판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 한진그룹은 최근 오너 일가 갑질 논란 및 밀수 의혹 등으로 경찰과 관세청 수사를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고용 창출과 글로벌 진출, 기업인의 사회적 역할 등을 위해선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진행돼야 한다”면서 “압박 일변도로 가면 어떤 기업이 투자와 역할을 다할 수 있겠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사실 정권이 바뀌면 가장 먼저 압박을 받는 곳이 재계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전 정부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LG그룹은 국내 재벌 가운데 가장 오너 리스크가 없었다”며 “다른 기업들 총수가 수사·재판을 받을 때도 조용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을 받는 것 자체가 의외다”며 “이전까지 언급조차 없던 대기업(LG)의 탈세 혐의가 정권이 바뀐 후 갑자기 튀어나온 것을 보면 ‘재계 군기잡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결국 시점의 문제”라며 “문재인 정부 1년 평가를 보면 대부분 긍정적인 반면, 경제는 그렇지 않다. 정말 탈세 혐의가 있어 수사를 진행한 것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재계 아팎의 의심의 눈총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장부 처리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지 않나”라며 “이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에 여파가 온다. 친(親)기업 시그널을 줘도 투자 여부에 대해 고민하는데 요즘과 같은 분위기면 자세를 바짝 낮출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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