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배우 권율이 데뷔 이래 처음으로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다. 국내 최초 팔뚝 액션을 다룬 영화 ‘챔피언’을 통해서다. 극 중 두뇌회전이 빠른데다 깨방정 성격인 진기 역을 맡아 전작에 비해 한 층 가벼운 연기를 펼쳤다. 기존의 훈훈한 ‘밀크남’ 이미지와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자아냈다. 어느 덧 데뷔 12년차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인처럼 열정이 넘치는 권율은 “더 열심히 달려들고 싶다. 연기를 하는 건 늘 어렵지만 심장 박동이 뛰는 유일한 순간이기도 하다”며 웃었다.

-첫 코미디 연기에 도전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그 동안 ‘잉투기’ ‘최악의 하루’ 등에서 헐렁한 캐릭터는 연기했지만 ‘챔피언’처럼 웃음 포인트를 계속 신경 써야 하는 장르는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코믹한 호흡을 유지한다는 게 굉장히 많은 내공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 코믹 연기를 잘 하시는 분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함께 호흡한 마동석은 코믹 연기의 경험치가 상당한데 배운 점이 있다면.

“마동석 선배를 늘 귀찮게 했다. 플랜A부터 플랜B까지 준비해서 늘 봐달라고 했다. 마동석 선배가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 온 뒤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형도 굉장히 디테일하게 봐주셨던 것 같다. 마동석 선배만의 개그 코드가 있지 않나. 굉장히 대중적이라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비스티 보이즈’ 이후 10년 만에 마동석과 재회했다.

“그 당시 선배는 조연이었고 나는 더 작은 역할이었다. 물론 그 때와 비교해보면 비중의 크고 작음이 다르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현장에서 선배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했다. 동생들이 다 좋아했다. 하정우, 윤계상 선배들도 잘 따랐다. 현장을 아우를 수 있는 형이었다. 존재감으로써나 배우로서나 어마어마하게 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참, 먹을 것도 잘 사주신다. (웃음)”

-영화에서 유독 맞는 장면이 많았는데 가장 힘들었던 신이 있다면.

“거꾸로 매달린 신이 많이 힘들었다. 정말 어지러웠다. 잠깐이면 괜찮은데 오랫동안 매달려 있으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달리고 내려오고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촬영은 웬만하면 다 견딜 만했다. 추위 때문에 다들 고생했으니까.”

-자칫하면 ‘밉상’으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인데 연기에 주안점을 둔 게 있나.

“진기가 과장돼 보일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게 얼마나 철없는지 깨닫지 못하지 않나. ‘돈이 없기 때문에 무시 당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사는 진기의 상황에 대한 리얼리티를 부각하고 싶었다. 우리가 겪는 문제들이 현실적으로 표현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기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사는 캐릭터인데 실제 생활과도 맞닿은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진기처럼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나도 데뷔를 하고 난 뒤 무명시절이 길었다. 많은 작품을 하지 못했고, 누군가에게 선택 받지 못했고 무시 당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서는 무조건 유명한 게 최고야’라는 생각으로 유명세에 혈안이 돼 보낸 시간도 있었다. 그런 나를 마크(마동석)처럼 붙잡고 좋은 이야기를 해 주신 분들도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 가치를 찾아가며 개척해나갔던 것 같다. 그 때 그 시절의 경험이 좋은 시간들이 된 것 같다.”

-그 때나 지금이나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전한 것 같은데.

“더 열심히 달려들고 싶다. 늘 도전하고 싶다. 어떻게 더 성장해서 대중들을 찾아 뵐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늘 반복한다. 연기를 하는 게 제일 어렵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재미있다. 연기는 여전히 너무 힘들고 어렵지만 내 심장을 뛰게 해준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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