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변동진]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법인 ‘CJ ENM’이 오는 7월 1일 출범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그룹 구조개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의 한 결실이다.  합병법인 CJ ENM의 미래 청사진과 관련,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전망이 낙관론이 주류를 이룬다. 물론 일각에선 CJ오쇼핑이 ‘돈줄’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쌓은 현금이 CJ E&M 미디어 사업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가운데). /연합뉴스

◆CJ ENM, 올해 매출 6조5,000억…3년 뒤 75%

11일 유통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J ENM’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6조5,000억원, 3년 뒤인 2021년에는 75% 성장한 11조4,000억원 규모이다. 다만 CJ오쇼핑의 매출액은 총매출(취급고) 기준으로 환산 돼 제시됐다.

CJ ENM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프리미엄 IP(지식재산권을 보유한 원천 콘텐츠) 경쟁력 강화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 사업 확대 ▲콘텐츠 기반 글로벌 버티컬(Vertical) 유통 플랫폼 구축 등 3가지 구체적인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 ‘프리미엄 IP 경쟁력 강화’의 경우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확보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류로 입증된 CJ E&M의 콘텐츠 역량을 다양한 장르로 확대, 이를 CJ오쇼핑의 거래사업(커머스)와 결합해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업 확장은 일본 및 동남아, 북미, 중국 등 K컬쳐의 후광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시장에서 우선 전개된다. 즉 CJ E&M이 전 세계에서 구축해 온 글로벌 팬덤과 CJ오쇼핑의 뷰티, 패션 등을 결합해 상품 제휴는 물론, 콘텐츠 공동제작 등을 추진해 현지화 기반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 사업’은 재미와 스토리를 담은 커머스 동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양사의 장점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기업들에게 최적의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콘텐츠 기반 글로벌 버티컬 유통 플랫폼 구축’의 경우 소비자 관여도 및 선별된 정보에 대한 요구가 높은 뷰티, 리빙, 패션 등의 분야에서 한국의 제품·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다.

◆합병법인, 사업성 충분…1인 방송 채널 커머스 콘텐츠 제작에 특화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도 합병법인의 사업성을 긍정적으로 분석하며, 주주들 역시 손해 볼 일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시너지를 보면 신설된 미디어 커머스 부서는 기존 MCN사업부인 DIA TV(크리에이터 전문 채널) 중심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했다. MCN(Multi channel network)이란 다중 채널 네트워크로, 온라인 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1인 창작자를 지원하면서 수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이 연구원은 “지금까지 광고 제작 및 지원에만 활용됐던 DIA TV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들은 커머스 콘텐츠 제작에 특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일각에서는 관계사 지분 정리 및 의미 있는 M&A 발표 등을 기대했으나, 사업적 시너지에만 초점을 맞춰 단기 주가 부양 가능성은 축소됐다”면서도 “주주입장에서는 합병이 되더라도 양사의 전략적 중장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실패한다 하더라도 현 주가가 합병 기대감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기에 추가적인 주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금 쌓은 CJ오쇼핑, CJ E&M 돈줄로 전락?

반대로 CJ오쇼핑이 홈쇼핑 사업으로 차곡차곡 쌓은 현금이 CJ E&M이 추진하는 미디어 사업으로 흘러가는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CJ오쇼핑의 경우 홈쇼핑 사업을 통해 매년 2,000억원 안팎의 이익을 냈다. 게다가 지분 53.92%을 갖고 있는 CJ헬로도 알짜 실적을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조1,198억원과 영업이익 7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7%와 69.7% 늘어난 수치다.

반면 CJ E&M은 최근 3년 영업이익이 200억~600억원을 기록하는 들쭉날쭉한 실적이다. 대신 콘텐츠 확보와 해외사업 확대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지난해와 2016년 유·무형자산 투자 규모는 각각 3,746억원, 5,712억원으로 영업익을 크게 웃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최근 미디어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 국내 첫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정규대회인 ‘더CJ컵@나인브릿지’ 마지막 날 TV생중계에 등장해 “과거 CJ는 단지 설탕과 식품을 만드는 제조회사였다”면서 “제가 경영을 시작한 이후 식품서비스와 생명공학, 물류, 특히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분야까지 다양한 사업 확장을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변화시켜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범위를 더욱 확장해 궁극적으로 전세계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이 회장 발언에 대해 ‘문화 플랫폼’(미디어, 스포츠 등) 중심으로 월드 베스트 CJ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문화사업에 어느때보다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죽하면 항소심 최후 진술 때 ‘살아서 제가 시작한 CJ의 문화사업을 포함한 미완성 사업을 완성하고 싶다’고 했겠냐. 이번 합병이 E&M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변동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