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거래정지 상태인 경남제약 소액주주들이 회사가 추진 중인 인수합병(M&A)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애초 불거졌던 전현직 경영진간 갈등이 아닌 이들이 서로 짜고 불투명한 짬짜미 거래를 하고 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는 한국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경남제약 소액주주 연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이진형 소액주주 연대 비상대책위원장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경남제약 소액주주 연대는 지난 4일 경남제약이 공고한 인수·합병(M&A)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14일 거래소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이미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총괄국과 거래소에 진정서도 제출했다. 소액주주 연대 인원수는 476명에 지분율은 12%가량 된다. 이들은 지난 3월 경남제약의 거래가 정지됐을 때도 거래소 앞에서 거래재개를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사연은 이렇다. 애초에는 전현직 경영진간 갈등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경남제약은 지난 3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되며 거래가 정지됐다. 과거 최대주주였던 이희철 전 회장이 회계처리를 위반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다. 현 경영진 측은 거래 재개와 경영 정상화를 목표로 경영 개선 계획을 지난달 거래소에 제출했다. 거래소는 이달 14일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혹은 개선기간 부여나, 거래재개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 전 회장은 재임 중인 2008년 적자를 냈음에도 흑자로 분식회계 처리했다. 현재 분식회계와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돼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분식회계로 인해 회사 측이 지난해 이 전 회장을 상대로 160억원대 분식회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경남제약은 1월 이 전 회장에 임원의 보수한도를 초과해 받았다면서 3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별도로 제기했다.

이에 이 전 회장은 보유 중인 경남제약 주식 234만주(지분율 20.84%) 전량을 총 250억원에 에버솔루션(11.95%)과 텔로미어(8.89%)에 양도하는 계약을 지난 1월 맺었다.

하지만 경남제약은 소송 채권금액을 보전하기 위해 50억원 규모 주식에 대한 가압류도 신청하면서 이 전 회장의 지분 매각이 불투명해졌고 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계속되고 있다. 에버솔루션과 텔로미어가 실체가 없는 회사라며 거래소가 의구심을 가지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이에 현 경영진 측은 상폐 위기를 해소하겠다면서 M&A를 통해 새 최대주주를 구한다고 나선 것이다. 이 전 회장의 보유 지분인 20.84%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 투자자가 최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소액주주 연대는 회사 측이 주주와 전혀 상의가 없었던 데다, M&A에 포함된 전환사채(CB) 매입 조건을 걸은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잠재적 인수자는 경남제약이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주당 1만4,650원에 발행되는 신주를 최소 90만주 이상 인수해야 한다. 이에 따른 증자 규모는 132억원이다. 기존 이앤에스와이하이브리드투자조합이 보유한 4회차 CB 100억원도 매입해야 한다. 4회차 CB의 전환가액은 6,705원이지만, 잠재적 인수자는 이보다 1.86배나 비싼 주당 1만2,470원에 인수해야 한다. 이 전 회장의 지분율을 넘어서려면 총 317억원 수준이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진형 소액주주 연대 비상대책위원장은 “CB 할증률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새로운 투자자에 진입 장벽을 만들었다”면서 “왜 매각 공고에 CB 인수 조건을 내걸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수의향서(LOI) 제출 시한 역시 지난 4일 오후부터 11일 오전 10시까지로 지나치게 짧다는 점도 소액주주는 뭔가 배경이 있다고 의심히고 있다. 이 위원장은 “매각 공고가 4일 오후 5시에 나왔고 연휴를 감안하면 불과 3~4영업일 사이에 안에 320억원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미리 매입을 약속한 투자자가 있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는 현 이창주 전무가 9년간 이 전 회장과 함께 일한 ‘오른팔’로 회계부정과 관련이 없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현 류충효 대표도 이 전 회장과 6촌사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현직 경영진이 어차피 가까운 사이인 만큼 이면계약 등을 통해 서로에게 유리한 가장 최대주주를 내세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어차피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최대주주에 있긴 어려우니 일종의 ‘바지 주인’을 올려놓으려 한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경남제약 관계자는 류 대표와 이 전무 모두 이 전 회장이 뽑은 사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CB 전환가액보다는 높지만, 경남제약 거래 전 종가인 1만7,200원에 비해 가격을 많이 낮춘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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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4일 거래소의 기업심사위원회에 앞서 투자자를 유치해 거래재개를 앞당기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M&A 공고 역시 회사 측과 거래소가 협의를 통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이 관계자는 “투자자를 위한 조치에 대해 오히려 소액주주가 오해를 하고 있다”면서 “만일 짬짜미 매각을 할거면 공개 매각공고를 낼 필요도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매각 주관사인 법무법인 넥서스는 오는 30일 본입찰을 거쳐 다음 달 4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 등 수개 업체가 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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