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김삼순부터 박복자, 안순진까지.’

배우 김선아의 전성기는 ‘내 이름은 김삼순’ 때 끝난 줄 알았다. 2015년 방송 당시 30대 여성을 대변하며 ‘삼순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난해 ‘품위 있는 그녀’ 박복자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기 까지 꼬박 12년이 걸렸다.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의문을 품은 게 사실. 보란 듯이 6개월 만에 SBS 종영극 ‘키스 먼저 할까요?’로 돌아왔다. 극중 40대 돌싱녀이자 스튜어디스 안순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독거남 손무한(감우성)과 진한 멜로 연기는 물론 19금 농담도 척척 소화했다. 항상 작품보다 캐릭터로 먼저 기억되는 김선아. “안순진은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에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품위녀’와 ‘키스’ 연달아 호평 받았다.
“운발이 좋았다(웃음). 그것 말고는 설명할 수 있는 게 없다. 손정현 PD, 배유미 작가를 비롯해 감우성, 예지원, 오지호, 김성수씨 등 배우들을 잘 만났다. 작품뿐만 아니라 캐릭터 하나하나 잘 살아서 호평 받은 것 같다. 무엇보다 팀워크가 좋아서 촬영 내내 즐거웠다.”
 
-안순진에 끌린 점은.
“순진은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에 가장 어려웠다.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았고, 자기 마음을 드러내는 사람도 아니었다. 척을 많이 하는 캐릭터라고 할까. 극과 극의 표현이 많아서 굉장히 어려웠다. 사랑에 푹 빠져서 하트 뿅 하거나, 울고 싶다고 펑펑 우는 캐릭터도 아니었다. 주변에 많은 어른들이 순진처럼 가슴에 꾹꾹 담아두고 살지 않을까. 약간 장 담그는 느낌이라고 할까. 다 숙성된 건 아니지만, 담겨져 있으면서 향기는 안 나고…. 연기하는데 미묘한 어려움이 있었다.”
 
-스스로는 어른이라고 생각하나.
“반반이다. 철이 안 들었다고 생각 하다가도 어떨 때는 ‘쟤 보단 내가 좀 어른인 것 같다?’ 싶다. 아직 철이 안 든 것 같긴 하다. 나도 어른들을 감싸야 될 때가 있고, 어른들이 나를 감싸줬으면 할 때도 있다.”
 
-안순진vs박복자 비교해보면.
“복자는 접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기존 드라마에 잘 없는 캐릭터여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배우로서 최고로 재미있었지만 후유증이 조금 오래 갔다. 김삼순, 박복자는 색깔이 뚜렷했다면, 안순진은 무채색에 가까웠다. ‘키스’ 들어가면서 복자를 잊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지금 내 입에서 복자 얘기를 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키스’ 작품 준비하면서부터 인터뷰 하는 오늘까지 복자는 한 번도 안 떠올랐다.”

-‘키스’ 방송 초반 성인 로코에 중점이 맞춰졌는데.
“19금 달았어야 했다(웃음). 감독님이 방통위를 무서워하더라. 우리는 계속 ‘시원하게 한 번 갔다 오자’고 했다. 감독님 방통위 가면 ‘연출 못하냐?’고 했더니 그건 아니라고 하더라. 이런 경험도 처음 해봤다. 첫 회 방송 보는데 19세에서 15세 이상 관람가로 바뀌더라. 또 재방송은 낮에 하니까 19세가 안 된다고 하더라. 본방 놓친 분들은 재미있는 장면들을 못 봤을 거다.”
 
-안순진의 톤이 독특했다.
“항상 대본이 우선이다. 초반에 밝은 장면들은 감우성 오빠랑 얘기해서 맞춰 나갔다. 오빠의 마인드가 굉장히 좋다. 배우들의 호흡이 잘 맞을 때 현장도 빨리 돌아가고 분위기가 좋아지니까 ‘우리가 잘 해야 된다’고 하더라. 시간이 날 때마다 대본을 많이 읽자고 했다. 그 안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일곱 번만 해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원래 대본에는 ‘일곱 번만 만나요’라고 돼 있었다. 우리끼리 읽다가 바꿨는데 둘 다 웃음이 터졌다. 감독님한테 얘기하지 말고 한 번 해보자고 했다. 감독님이 약간 당황하더라. 분위기 이상하면 원래대로 하려고 했는데, 순진이 말실수도 많이 하니까 괜찮을 것 같았다. 예고편에 이 장면이 나가면서 되게 세지 않았나. 이런 부분에서 호흡이 잘 맞았다.”
 
-전 남편 은경수 역의 오지호는 욕을 많이 먹었다.
“경수가 오지호여서 다행이었다. 저 얼굴이니까 용서가 되지(웃음). 너무 어려운 역할이지 않았냐. 순진이랑 경수 모두 아이 잃은 슬픔은 똑같았다. 근데 순진이 너무 슬퍼하니까 경수는 슬퍼할 틈이 없었다. 그 때 친구 지민(박시연)에 잠깐 기댄 것이 잘못인데, 순진은 자신이 너무 슬프니까 경수를 다독일 여유가 없었다. 이혼 후 법정 앞에서 찍었던 신도 둘 다 농담하다가 슛 들어가자마자 울었다. 호흡이 정말 좋았다. 오지호는 맨날 웃고 있다. 화내도 저 얼굴이라고 했다.”

-박시연, 김성수와 호흡은 어땠나.
“다들 개성이 강했다. 김성수씨는 분석력이 남다르다. 항상 시청자 입장에서 작품 전체를 보고 얘기해줬다. 박시연씨는 극중에서 연기한 백지민 캐릭터랑 비슷했다. 약간 새침해 보였는데 마음이 되게 여리다. 부딪히는 장면이 많지 않았지만 몇 번 못 만난 것 치고 친해졌다. 얼마 전에 귀걸이 선물도 주고, 여자들끼리 여행 가자고 했다.”
 
-가장 NG 많이 난 장면은.
“초반에 우성 오빠가 웃음을 못 참아서 NG 많이 났다. 모텔 신에선 매 컷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도 NG가 났다. 내가 손목 다쳤을 때 우성 오빠가 피를 닦아주면서 울어 NG 났다. 18~19회 때 내가 손목 긋고 ‘당신 탓이 아니에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라고 하니까 오빠가 또 펑펑 울더라. 감수성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아마 나보다 더 많이 울었을 거다.”
 
-‘키스 먼저 할까요?’를 통해 얻은 건.
“어른 멜로를 하고 나니까 표현 서툰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느꼈다. 그게 어른이라는 것도 알았다. 어릴 때는 하고 싶은 말 다 해서 실수도 많이 하지 않나. 그래서 어른한테 혼나기도 하는데, 어른들은 정작 하고 싶은 말을 안 하고 감추더라. 우리가 어른들을 감싸줘야 될 것 같더라. 이 드라마는 정말 희한하다. 어쩜 이렇게 일상 생활에서 별거 아닌 걸 별거처럼 깊게 파고 들게 만들었을까? 연기하기 어렵고 답답했는데, 앞으로 살아가면서 몇 번씩 꺼내봤을 때 굉장히 좋은 드라마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사진=굳피플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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