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원태] 수많은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 때문에 나무가 말라죽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수원시 서호(西湖) 인공섬 내 식물 생육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수원시는 지난 1일 진행한 ‘서호 인공섬 생태환경 실태조사’ 결과, 섬 안 나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아까시나무는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었으며, 명아주, 애기똥풀 등 지피류(지표면을 덮으며 자라는 잡풀)도 건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조류 전문가인 장진문 한국교원대학교 연구원, 수원환경운동연합 김현희 교육팀장과 박상란 활동가, 주영수 수원시 녹지경관과 녹지계획팀장 등 전문가·관계자 16명이 참여해 식생(植生)과 민물가마우지 등 조류 서식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1만2천㎡ 면적의 섬 안에는 아까시나무를 중심으로 느릅나무, 버즘나무 등 나무 15종, 지피류 32종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섬 전체에 걸쳐 말라죽은 나무가 다수 발견됐지만 대부분 강한 바람에 뿌리가 뽑히는 등 자연현상에 의한 것이었고, 민물가마우지 배설물 때문에 말라죽은 것은 10그루 안팎으로 파악됐다.

김현희 수원환경운동연합 교육팀장은 “(멀리서 숲 전체가 하얗게 보이는) 백화현상 때문에 나무들이 말라죽는 것처럼 보이지만 뿌리와 잎 상태를 볼 때 생육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잎이 우거지는 6월 하순이면 아카시나무 숲이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류는 민물가마우지가 많았다.

조사단이 당일 실측한 둥지 수는 1천700여 개였고, 둥지마다 새끼 새 2~3마리가 있어 각 둥지를 돌보는 엄마새·아빠새를 감안하면 섬 안에 모두 8천여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주영수 시 녹지계획팀장은 “최근 2~3년 간 서호 인공섬 숲은 봄에 백화현상이 일어났다가 6~7월 초록을 되찾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며 “민물가마우지 개체수가 지금보다 급격하게 불어나지 않는 한 올 여름에도 초록섬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원시는 1996년 서호공원을 조성할 때 나온 대량의 준설토를 활용해 서호 한가운데 인공섬을 만들었다.

당시 시는 1만2천㎡ 면적의 섬에 아카시나무, 느릅나무 등 나무 수백 그루를 심으면서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자연생태 공간으로 조성했다.

수원=김원태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