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보다 종합 에너지 기업"

[한스경제 이성노] 국내 정유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비정유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정유사업이 국제유가와 환율 등 대외 영향에 취약한 만큼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선 '단순, '정유회사'라는 타이틀보다 '종합 에너지기업'로 보는 것이 맞다'라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정유 4사 모두 비정유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모두 비정유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현대오일뱅크는 화학업계 1위인 롯데케미칼과 2조7,000억원 규모의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신설하기로 뜻을 모았다. 원유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HPC는 납사를 사용하는 기존 NCC(Naphtha Cracking Center) 대비 원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설비다. NCC는 납사를 투입해 각종 플라스틱 소재가 되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국내 정유사들의 비정유 사업 투자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1년부터 인수합병과 시설투자 등으로 비정유사업에 10조 이상의 투자를 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5년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Residue Upgrading Complex),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Olefin Downstream Complex)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고, 올해 기계적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에 약 2조원을 투자해 올레핀 생산시설을 짓고, 에틸렌 70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을 생산 능력을 기대하고 있다. 

회사 실적 역시 눈에 띈다. 지난해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3조9,117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49%를 차지했다. 전년(3조1,589억원·39%) 대비 10% 상승한 수치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비정유사업이 영업이익에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4%로 달한다. 나머지 정유사들 역시 비정유 부문이 영업이익에 차지하는 비중을 매년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정유업계가 석유·화학 등 비정유 부문에 거금을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유 사업 특성상 환율, 유가 등 시황 변동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업황 사이클이 불안정한 정유사업보다 상대적으로 명확하고 안정적인 석유·화학산업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지난해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3조9117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49%를 차지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정유 업계에선 자사를 '종합 에너지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강조하고 있다. 

화학업체 롯데케미칼과 손을 잡은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사업다각화를 통한 종합에너지기업 비전을 달성하는 데 역사적인 획을 그을 것"이라고 강조했고, 비정유 사업에 5조원에 가까운 거금을 투자한 에쓰오일 역시 "가장 수익성 있는 종합 에너지 회사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체 매출은 70%정도가 정유에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 다만, 영업이익 비중은 비정유 부문이 크다. 업계 특성상 외부 변동성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수익 안정화를 위해 최근 석유화학, 윤활유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비정유 사업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정유사'로 단정하지 않고 '종합 에너지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생겨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4년 37년 만에 영업적자를 낸 SK이노베이션은 비정유 사업 비중을 늘리는 사업구조에 변화를 준 결과, 1조원대였던 영업이익은 최근 2년 동안 3조원대까지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유 사업이 국제 유가, 시황 등에 따라 실적 편차가 크다. 2014년 실적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딥체인지(사업구조 근본 혁신)가 있었고, 실적도 좋아졌다"며 "타사들 역시 비슷한 이유로 비정유 부문에 많이 집중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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