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결과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어벤져스)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그 위력을 제대로 과시했다. ‘역대 외화 중 최단 기간 천만’,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 ‘세계 최초 한국 개봉’ 등 작품의 수식어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관객들이 ‘어벤져스’에 갖는 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는 정설 같은 말이 이 작품에는 통하지 않는다. 전편을 능가하는 재미와 오락성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켰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의 후속작으로서 쫄지 않는 당당함과 마블 스튜디오 1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 스케일은 역시 최고라고 자부할 만하다. ‘어벤져스’야 말로 믿고 보는 ‘마블영화’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오죽하면 ‘어벤져스 덕후’까지 양산됐을까.

작품에 대한 호평으로 인해 천만관객 영화들이 예외 없이 겪게 되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서조차 적어도 관객들에게만큼은 비난의 화살을 피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군함도’가 2,000여개 이상의 극장에서 개봉했을 당시의 거센 비판 여론과 달리 지난 주말 2,553개의 극장에서 상영 했던 ‘어벤져스’는 관객들의 선택이라고 하는데 더 큰 무게감이 실린다.

‘스크린 독과점’이라고 하는, 늘 제기되고 여전히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문제에 이처럼 온도차가 극명하게 다르다. 게다가 이 작품에 경쟁상대가 되고 싶지 않았던 다수의 영화들이 개봉일자를 미루면서 극장이나 배급사는 미안해할 필요조차 없어진 듯하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그러나 승자로서 축배를 드는 것만이 능사일까. 독과점은 분명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상업성을 기반으로 한 시장논리다. 이를 단순히 ‘능력’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덧입혀 이해하기는 어렵다. 가진 자가 독식할 때 가지려고 노력하는 자들은 가질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조차 붙잡기 어렵다. 천만관객을 돌파했지만 여전히 ‘어벤져스’의 스크린 수와 상영 회차는 다른 영화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이다. 지난 주말 극장가 흥행수입의 95%는 ‘어벤져스’의 몫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스오피스 순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여전히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서 다수의 영화인들은 비판만을 쏟아낼 뿐이다. 그리고 또다시 천만 스코어를 기록하는 영화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잠잠해지겠지. 이토록 오랫동안 동일 사안에 대해서 꾸준히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거늘 움직임은 늘 뒷전이다.

스크린 독과점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관객이 원하니까’. 그것이 전부다. 그러나 모든 관객이 그럴까. 그들은 ‘어벤져스’를 볼 선택권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을 볼 수 있는 선택권도 원한다. 스크린 독과점은 작품의 다양성과 그에 따른 관객의 선택권을 사장시키고 있다.

로버트 프랭크, 필립 쿡의 저서인 ‘승자독식사회’는 이긴 자가 모든 걸 갖게 되는 1대 99의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99의 가진 자가 된 ‘어벤져스’는 승자독식사회의 전형이다. 20대 80의 사회로 회기(回期) 될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남은 1을 가지고 승자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이 분투하는 건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잘 만들고 숨 쉬지 못하는 작품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만으로도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할 이유는 충분하다.

●권상희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와 국민대 대학원 영화방송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부터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등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했고, 고구려대학 공연예술복지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한 뒤 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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