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겠다고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결국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으로의 세습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개최한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방안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재벌개혁 측면에서 볼 때 이 개편안은 경제력 집중이나 황제경영, 사익편취 해소에는 영향이 없는 오로지 정 부회장으로의 세습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로 인해 재벌문제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고, 내부거래가 아닌 시장에서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공정거래법 제2조 및 시행령 제2조에 대한 개정과 관렴지침의 개정도 요구했다. 이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국내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주된 사업이란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해당 회사의 50% 이상인 경우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2조 제2항은 자회사 주식가액에 대한 구체적 산정방법을 적시하지 않아 대부분 기업이 원가법, 지분법, 공정가치법 중 원가법을 선택해 지주회사 지정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도 비판했다. 박 교수는 "형식적인 변화가 있다는 이유로 개선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정부 규제 당국으로서 부적절한 평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래된 재벌 체제가 산업경쟁력 등 모든 측면에서 거의 수명을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가 법 개정으로 바람직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발제자로 나선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중 하나를 인위적으로 비상장 회사로 만들고 합병한다면 자의적으로 가치 평가가 가능하다면서 분할합병비율 결정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재벌 총수를 고객으로 둔 회계법인이 비율을 독립적으로 가치 평가할 수 없었을 것이고, 합병비율이 불공정했다고 해도 이를 통제할 장치가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모비스를 사실상의 지주회사인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부문(존속법인)과 핵심 사업부인 모듈 및 AS부품 사업부문(분할법인)으로 분할 시, 총수 일가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주회사의 고평가와 분할법인의 저평가 유혹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전 교수는 소수 주주의 요구가 있을 때 공정위가 합병비율의 적정성, 경제력 집중 해소·완화 효과 등을 심사하고 합병을 승인하도록 하는 '계열회사 간 합병승인제도' 신설을 제안했다.

다른 발제자인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한 합병을 하면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이 높은 총수일가는 이익을 누리겠지만 그만큼 소액주주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며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회계사는 또 현대차그룹이 지난 3년간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던 분할법인의 핵심 AS부품사업부 매출을 2018년부터 감소세로, 매출원가율은 높게 추정해 분할법인 매출총이익을 과소 추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분할법인의 저평가를 위해서다.

또 홍 회계사는 "현대차그룹이 모비스 전체 가치 23조1,100억원 중에서 분할법인이 40.1%를 차지한다고 밝혔으나,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57.7%에 달하고, 연결 재무제표로 계산해도 53.1%에 이른다"면서 "모비스 신설법인의 재산정된 가치를 반영하면 모비스 신설법인과 글로비스 간 적정 합병비율은 0.61대 1이 아니라 최소 0.8대 1 이상으로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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