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대한항공 촛불집회를 위해 임시로 결성됐던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구체적인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오너 일가 퇴진 활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정치적인 개입에는 강경한 반대 입장을 내비치면서 기존 노조와는 크게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 촉구 촛불집회’ 단체방을 운영하는 ‘관리자’는 18일 3차 촛불집회에 앞서 운영진을 모집하고 있다.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익명의 직원이 제작한 대한항공 직원연대 로고. 단체 채팅방 캡처

조직 구성은 3명씩 2팀으로 이뤄진다. 자원한 대한항공 직원을 대상으로 선발하며, 집회 준비뿐 아니라 사정기관 업무 협조, 언론사 제보 및 보도자료 작성, 자료 수집 등을 주요 업무로 한다.

‘관리자’가 조직을 구성키로 한 가장 큰 이유는 퇴진 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2차 촛불집회까지 운영 대부분을 도맡아왔던 관리자는, 이제 혼자서 이끌어가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상태다.

직원연대는 익명성 보장을 철저하게 보장한다. 관리자에 따르면 2개 팀은 각각 점조직으로 운영되며, 원칙적으로 개별 만남도 불가능하다.

모든 연락은 완벽한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텔레그램을 이용하게 되며, 실명도 사용하지 않는다. 연락처도 ‘투폰 넘버’ 서비스를 이용하고, 대외업무팀에는 휴대폰을 따로 지급한다.

또 직원연대는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 자체 해산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조나 기타 정치조직과 거리를 두기 위한 것이다.

직원연대가 노조와 거리를 두는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이 기존 노조에 대해 큰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에는 노조가 3개나 있지만, 각각 사측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 ‘어용 노조’라거나, 실제 직원들 여론을 수렴하지 못하는 정치 조직이라는 등 비판을 받고 있다.

직원연대가 결성한 배경에도 노조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이 있었다. 조현민 전무의 갑질 사태 직후 집회에서는 각각 노조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집회 취지가 퇴색한 데다가, 사측과 관련한 노조원이 참가 직원을 사찰한다는 의혹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18일 3차 촛불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시까지 익명의 단체 행동을 지속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사진은 3차 촛불집회 포스터. 단체 채팅방 캡처

이에 따라 직원연대는 여전히 노조와 정치 조직 등 외부의 연대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각 노조가 최근 잇따라 오너 일가 퇴진 집회를 열고 있지만, 직원연대 소속원들은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차 촛불 집회 당시 박창진 사무장이 사회를 보면 안된다는 반대 여론도 이같은 상황에서 나왔다.

새로 조직된 직원연대는 오는 18일 서울 광화문역 9번출구에서 3차 촛불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집회에는 한국공항과 진에어, 인하대학교 등 한진그룹 계열사 직원들까지 다수 참가할 예정이다.

한편 대한항공은 16일 관세청에 서울 방화동 본사와 자금부 등을 압수수색 받았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밀수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포착되면서다. 관세포탈 혐의였던 지난 압수수색과는 달리, 대한항공이 과도한 외국환을 신고나 보고하지 않고 해외에 반출하거나 반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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