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이이경 옆에는 ‘금수저 연예인’ 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아버지 이수웅씨는 LG화학 전지사업 부문 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연암공과대학교 총장을 맡고 있다. 때문에 이이경이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연기한 단역배우 이준기 캐릭터에 공감되는 점이 있을까 궁금했다. 이이경은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며 “나 역시 생계형 배우였다”고 털어놨다.

‘고백부부’에 이어 ‘와이키키’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이이경. 평소 차분하고 진중한 성격이기에 극중 선보인 코믹 연기는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정인선과 공개 열애 중인 이이경은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가장 행복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MBC 월화극 ‘검법남녀’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코믹 이미지가 굳어지는데 대한 걱정은 전혀 없다”고 웃었다.
 
-준기 역에 어떻게 캐스팅됐나.
“오디션 제의가 와서 보고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연락 와서 미팅도 진행했다. 감독님이 ‘넌 들어올 때부터 준기였다’고 하더라. 오디션에선 동구 대본을 줘서 화장실 가고 싶은데 참는 신을 리딩했다. 그날 원색 코트를 입었는데 입은 옷까지 기억해주더라. ‘고백부부’ 때는 신선했지만, 코미디를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와이키키’에서 망아지처럼 하고 싶은 거 다하면서 뛰어 다녔다(웃음).”
 
-전작 ‘고백부부’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난 괜찮은데 주변에서 그런 반응을 보이더라. ‘와이키키’는 ‘고백부부’랑 완전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준기 캐릭터는 코미디를 주로 두고 극을 이끌어가야 했다. 배우지망생인 준기가 처한 상황이 있지 않나. 열심히 살고 처절하지만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보는 분들이 불편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그것만으로 다행이다. ‘고백부부’를 뛰어넘은 것 같아서 의미가 남다르다.”
 
-생계형 배우 이준기에 공감된 점도 있나.
“주위에서 다들 ‘잘 살잖아?’ 이런 반응 때문에…. 나 역시 생계형 배우였다. 우울증에 걸려서 고등학교 그만두고 청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산지 13년째다. 아버지께 용돈 받으면서 살지 않았다. 먹고 살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어린이극 알바도 하고, 마트에서 홍삼 시음도 했는데 재미있었다. 알바를 하면 일주일이 편안했으니까. 준기랑 비슷했다.”

 
-‘와이키키’ 속 모습과 혼동하는 시청자들도 많을 텐데.
“길거리에서 마주친 분이 ‘‘으라차차 하이킥’ 이이다!’라고 하면서 정말 좋아하더라. ‘대사 해주면 안 돼요?’ 하면서 행복해하는데, 이 일 한 보람을 느꼈다. 나로 인해 기분이 좋다면 재미있게 해줄 수 있다. 사실 계속 촬영해서 아직 인기 체감은 못 하겠다. 실시간 댓글 올라오는 걸로 반응을 확인했는데, 이창민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이런 작품 하기 힘들었을 거다.”
 
-망가지는 신이 많았는데.
“그 상황에선 웃겨야 한다는 부담이 셌다. 특수 분장해서 콧물 먹고 버스 타는 등 신 살려야 된다는 생각이 컸다. 홈쇼핑에서 팬티 노출하는 장면도 친구들 앞에서 민망하지만 당차게 했다. ‘와이키키’ 시즌2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마음이 있다. 생각만 해도 설렌다.”
 
-준기 외 탐난 캐릭터는.
“오히려 준기여서 다행이었다. ‘와이키키’에서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동구가 메인이고, 난 사건을 가지고 들어오는 역할이었다. 정확한 포지션이 있어서 꽉 채워야 된다는 마음을 먹었다. ‘고백부부’에선 환기시키는 역이었다면, ‘와이이키’는 웃음을 다 유발해야 했다. 원래 톤 자체가 워낙 저음인데, 준기는 튀어야 한다고 해서 목소리를 올렸다. 감독님과 같이 톤을 잡고 대사 속도도 함께 만들어 갔다.”

 
-시청자 반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와이키키’ 덕분에 월요일이 행복하다’는 반응이 가장 기뻤다. 의도한 건 아닌데 ‘짐캐리 같다’는 말을 듣고 희열을 느꼈다. 시청자들이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 ‘혼자 하드캐리한다’고 하는데, 넘어지고 다쳐도 훈장처럼 느껴지더라. 반응 하나하나가 끝까지 할 수 있는 힘을 줬다.”
 
-차기작 ‘검법남녀’에선 형사 역을 맡았다.
“차수오 역인데 준기가 보일까 봐 매 신 매 컷 끝날 때마다 스태프한테 물어본다. 시청자들이 웃을 준비 할까 봐 조금 고민이 있다. 준비한 연기하고, 그 다음 반응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나를 보면서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다. ”
 
-대세배우로 우뚝 섰다.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하루하루 겪는 게 똑같다. ‘와이키키’를 열심히 하니까 주변에서 많이 찾아주는데 긴장감 가지려고 한다. ‘검법남녀’ 이후 작품도 확정됐는데, ‘한 해 농사 다 지어놨으니 수확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어서 오히려 다른 생각이 안 들어서 좋다. 예전엔 연기가 하고 싶어도 못했다. 지금 예능이나 독립영화 들어오는 거 회사에서 거절해도 꼭 나한테 말해 달라고 했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좀 뜨니까 달라졌네?’ 이런 얘기 듣고 싶지 않다. 그러면 분명 연기로 보이지 않겠냐.”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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