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배우 유해진이 영화 ‘레슬러’(9일 개봉)에서 마성의 매력을 지닌 남자이자 ‘아들 바보’ 캐릭터를 연기했다. 원톱 주연작인 ‘럭키’에서 마초적이며 코믹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줬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한층 더 부드러워진 인간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관객에게 다가갔다.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 ‘레슬러’는 유해진만의 휴머니즘이 잘 묻어난 영화다.

-‘레슬러’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전체적으로 내용이 좋았다. 궁극적으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법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갈등을 짚어주는 과정에서 관객들이 느낄 소소한 것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갈등을 푸는 과정이 유쾌하다고 생각했다. 코믹하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특수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아닌 일상을 다룬 작품인데 어떻게 접근하려 했나.

“영화 속 귀보는 ‘프로살림러’로 불리지 않나. 아마 내가 일상생활을 하는 듯 한 모습이 많이 소개 돼 이런 이야기가 들어온 것 같다. 가볍지만 감동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많이 찔리기도 했다. 사실 어느 부모든 귀보처럼 아이를 애지중지 키웠을 것 아닌가. 상상만으로 연기했지만 도리어 감정을 더 잘 표현한 것 같다.”

-나문희와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2007년) 이후 10년 만에 만났다.

“여전하셨다. 예전에도 함께 연기할 때 날 보며 ‘해진 씨 딱 네 번만 맞춰봐요’라고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하시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에너지가 너무 존경스럽다. 이번에는 어머니와 아들 역으로 만났는데 덕분에 실제 모자지간처럼 잘 나온 것 같다.”

-연기하면서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겠다.

“영화 속 ‘넌 20년 고생했지? 난 40년 고생했어’라는 대사를 듣다 보니 자꾸 과거를 생각하게 됐다. 영화 속 성웅(김민재)처럼 엄마에게 못 박는 소리도 많이 했다. 연기한다고, 연극한다고 할 때 부모님이 많이 말렸다. 부모님으로서 충분히 말릴 수 있는 일이었는데도 ‘왜 내가 하고 싶은 걸 못 하게 막냐’는 반항심에 대들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돌아가신 어머니께 더 많이 죄송했다.”

-영화에서 이성경, 황우슬혜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감사합니다. (웃음) 근데 사실 가영(이성경)은 학교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지 않나. 귀보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건 그냥 해프닝일 수 있다. 귀보 입장에서는 이성으로서 고민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도나(황우슬혜)는 이런 인물도 있을까 싶은 엉뚱한 매력이 있었다. 황우슬혜라서 더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 같다.”

-만약 실제로 이성이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친다면.

“이 나이에 뭐 이것저것 가리겠나. 감사하다.”

-‘럭키’ ‘ 택시운전사’ ‘1987’등 최근 출연작의 흥행 성적이 좋아 ‘레슬러’에 대한 기대가 클 텐데.

“그건 그때뿐인 것 같기도 하다. 그 당시에는 기분이 너무 좋고 감사하지만 거기에 머무르면 안 된다. ‘레슬러’는 ‘레슬러’대로 새로운 작품이고 새 멤버가 모여서 한 작품이니까. 물론 부담감은 항상 있다. 이제는 그냥 서로 얼굴을 보며 웃을 정도로만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너무 숫자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 관객 수보다 같이 작업한 사람들이 ‘다행이다’라는 웃음을 지을 정도면 좋다.”

-요즘도 등산이 취미인가.

“등산을 할 때도 있고 자전거를 탈 때도 있다. 계속 걸어 다닐 때도 있고. 요즘은 ‘말모이’ 합천 촬영장에서 숙소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기분이 참 좋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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