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 와병…서울대병원 중환자실 입원 중

[한스경제 변동진]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받은 수술의 후유증으로 인해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활동하는 게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17일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40)가 지주사인 ㈜LG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LG그룹의 경영승계 시계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LG그룹 4세 경영 체제가 스타트라인에서 몸을 풀고 있다.

이날 LG그룹 등에 따르면 구광모 상무가 순탄하게 경영수업을 받은 만큼, 수직화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영승계가 진행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아직 나이가 젊고, 오너 일가가 탈세 의혹 등의 일부 이슈가 있다는 경영 외적인 환경 등으로 당분간 전문경영인과 공조체제 아래서 그룹의 큰 흐름을 공유할 것으로 보여진다.

㈜LG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구광모(사진) LG전자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이는 다음 달 개최되는 임시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연합뉴스·LG그룹

◆구광모 LG전자 상무, 지주사 ㈜LG 이사회서 사내이사 선임

㈜LG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다음 달 29일 임시주총을 개최해 구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임시주총은 6월 29일 오전 9시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열린다.

LG그룹 측은 “구본무 회장이 와병으로 인해 ㈜LG 이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함에 제약이 있는 관계로 주주 대표 일원이 이사회에 추가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사회에서 있었다”며 “후계구도를 사전 대비하는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모 병원 관계자는 “환자 상태에 대해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과계중환자실에 5일 이상 입원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지난해 5월 받은 뇌종양 수술의 후유증으로 인해 건강상태가 최근 급격하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의 와병으로 LG그룹뿐만 아니라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오너 일가 모두 귀국한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계열사별 오너 관련 내부 행사도 모두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 LG그룹 구본무 → 구광모 시대로…장자승계 원칙 따를 것" 

재계 안팎에서는 구 회장의 뒤를 잇는 4세 경영 승계 시계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한다. 표면적 이유는 구 회장의 건강 문제지만, 구광모 상무의 경영수업이 그동안 착실하게 진행됐다는 판단에 그룹의 오너십을 재정비, 차기 세대의 돛을 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LG 오너 일가가 재계서도 가장 보수적인 집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자승계 원칙을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딸이나 며느리의 경영 참여도 없다는 점에서 ‘구광모 상무 승계’는 사실상 확실하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승계 1순위 구광모 누구?…㈜LG·LG전자서 착실한 경영수업

구 회장은 슬하에 아들이 없는 관계로 지난 2004년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상무를 양자로 들였다. 이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LG 등기이사로 선임된 구광모 상무는 1978년생으로 미국 뉴욕의 로체스터인스티튜트 공대를 졸업한 뒤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2007년 과장, 2011년 차장으로 승진했다. 2013년에는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부장을 맡아 미국 뉴저지법인에서 경영기획과 마케팅 총괄 업무를 수행, 본격적인 경영수업 시작했다.

귀국 이후 HE 사업본부,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에서 근무, 2014년 ㈜LG 시너지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같은 해 11월 상무로 승진한 뒤 현재는 LG전자에서 근무하고 있다.

구본무(사진) LG그룹 회장은 지주회사인 ㈜LG 최대주주로, 구광모 상무가 구 회장의 지분을 상속하면 즉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

◆구광모, 구본무 회장 지분받으면 단숨에 그룹 지배

구광모 상무는 LG전자와 ㈜LG에서 경영수업을 거치면서 지분도 확대됐다.

구 회장은 ㈜LG의 최대 주주로서 지분 11.28%를 갖고 있다.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7.72%를 갖고 있으며, 구광모 상무는 6.24%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구광모 상무가 구 회장의 지분을 상속 받을 경우 단숨에 지주사 최대 주주로 등극은 물론, LG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LG그룹은 순환출자가 없는 지배구조를 띄고 있다. 따라서 ㈜LG는 순수지주회사로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LG는 ▲LG화학(34%) ▲LG전자(34%) ▲LG생활건강(34%) ▲LG유플러스(36%) ▲LG생명과학(30%) 등 주력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회사들은 부문별로 수직계열화 된 손자회사를 두고 있다.

구본무→구광모 경영승계와 관련해 재계 안팎에서는 부러움의 시선도 보낸다. 사생활과 관련해 문제를 일으킨 바 없고, 안정적인 지배구조, 경영수업까지 착실하게 진행됐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구광모 상무 나이가 만 40세로 젊은 만큼, 전문경영인과 공조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위해서다. 무엇보다 LG전자 MC사업본부(스마트폰)의 ‘12분기 연속 적자’와 최근 불거진 ‘탈세 의혹’ 등 일부가 있어 전무가들의 조력은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재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기업으로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림 없이 순탄한 경영을 해왔다”며 “특히 오너 이슈와 관련해 일부는 부럽다는 말도 한다. 구 회장의 와병이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안정적인 지배구조, 구광모 상무의 착실한 경영수업 등 순탄한 승계가 예상된다”며 “그간 장자승계 원칙을 따른 점을 고려하면 경영권이 구 상무로 넘어가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한편 구본무 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LG가(家) 3세 경영인’이다. 그는 1995년부터 그룹 회장을 맡았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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