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B세그먼트 소형차. 해치백. 2,000만원대. 앞으로는 20~30대 첫차의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르노 클리오를 직접 타보고 나서다. 미려한 디자인에 깔끔한 인테리어,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오는 짜릿한 주행감각. 특별함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를 공략하며 고정관념을 깰 ‘라이징 스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르노 클리오를 타고 동해안을 달려봤다. 경포대와 강릉시내, 태백산맥 자락과 정동진 일대를 아우르는 약 60km 코스다. 트림은 인텐스, 풀옵션 모델이다.

르노 클리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클리오의 첫 인상은 화려함이다. 사진이나 실내에서 봤던 것과도 많이 다르다. 자연광에서 보여지는 차체 굴곡이 QM3의 그것보다도 큰 볼륨감을 뿜어낸다. 유럽의 패션모델을 보는 듯 하다.

특히 뒷모습은 사진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 인텐스 트림을 기준으로 7가지 컬러를 선택할 수 있는데, 흰색 계통인 에투알 화이트가 가장 클리오를 잘 표현해낸다. 인텐스 레드와 아이언 블루는 화려하게 보여지는 대신 곡선미를 다소 흡수해버린다.

르노삼성 대신 르노의 로장쥬 엠블럼을 사용한 부분은 클리오가 ‘유로피안 베스트셀링카’임을 상기시켜주는 도구다. ‘태풍의 눈’과 비교해 가로 길이가 짧아서, 뒤태를 길어보이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내부 인테리어는 꼭 필요한 기능만 알차게 넣었다. 센터페시아 버튼이라고는 공조기 뿐.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에서 모든 기능을 조정할 수 있다. 스티어링휠 버튼도 최소화됐다. 열선 시트는 왼쪽에서, 크루즈 컨트롤과 에코 모드 등 주행 기능은 오른쪽 기어박스 옆에 자리한다.

상단부터 에투알 화이트, 아이언 블루, 인텐스 레드 컬러. 클리오는 색상별로 특징이 분명하다. 김재웅기자

시동을 켜면 클리오는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야수로 돌변한다. QM3와 같은 디젤 1.5ℓ dCi엔진이지만, 실제 느껴지는 질감은 아주 다르다. 최대토크 구간이 1,500rpm에서 2,500rpm. 공차중량이 1,235kg에 불과해서 가볍게 달려나갈 줄 안다.

고속도로에서는 깔끔한 가속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고 있어도 빠르게 속도를 올려낸다. 대신 가속 페달을 최대로 밟는다고 추진력이 크게 커지지는 않는다.

클리오의 주행능력에서 최대 장점은 코너링이다. 단단한 하체 덕분에 급선회를 해도 흔들림이 적다. 탄탄하면서도 유연한 서스펜션이 안정적인 자세를 잡는데 큰 도움을 준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우수한 연비도 클리오의 장점이다. 시승구간은 대부분 속도 제한이 60km/h에 맞춰진 국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 연비는 17km/ℓ 전후. 만약 연비주행을 한다면 20km/ℓ 가까운 연비도 거뜬해 보인다.

클리오 엔진룸. 엔진 커버가 없어서 겉보기에는 다소 투박하지만, 실제로 보면 꼼꼼한 마감이 돋보인다. 김재웅기자

아쉬운 부분은 있다. 단단한 서스펜션 때문에 필연적으로 나오는 노면 소음. 디젤엔진에서 세어 나오는 저 RPM에서의 진동이다. 후측방경보를 비롯한 편의사양을 삭제한 부분도 아쉽다. 썬루프도 없다.

그래도 클리오를 타보면 오히려 원가 절감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보닛을 열어보면 여기저기 박혀 있는 소음·진동 완충 장치들을 살펴볼 수 있다. 엔진 덮개가 없는 탓에 다소 투박해보이긴 하지만, 배선 처리를 깔끔하게 마무리해놔서 만족도도 높다.

센터페시아에서는 공조기를 제외하고는 아무 기능도 조정할 수 없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장점 중 하나인 카드키를 꽂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있다. 김재웅기자

혹여라도 국내 출시된 클리오가 ‘끝물’이라는 소문을 들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국내에 출시된 모델은 유럽에서도 작년에 처음 출시된 4세대 페이스리프트다. 내년에 5세대 클리오가 출시된다는 소문이 돌지만, 사실 무근이라는 것이 르노삼성자동차 설명이다.

클리오를 타보고 나서 드는 생각. 고성능 모델인 클리오 RS가 출시된다면? 아쉽게도 아직은 계획이 없다. 단 회사 관계자는 추후 시장 변화에 따라 충분히 들여올 의사가 있다고 소개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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