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을 휩쓴 채용비리 여파로 채용 절차가 한층 강화되고, 이른바 ‘은행 고시’가 전면 부활하면서 금융권 취업준비생들이 바빠졌다. 은행마다 전형이 다르고 필기시험 과목도 달라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높은 문턱이 더 높아진 셈이 됐다. 상식을 묻는 필기시험에 더해 별도로 인적성 검사도 봐야한다. 일부 은행의 경우는 논술전형도 있다. ‘은행 고시’가 무려 10년 만의 부활이고 그간 기출문제로 꼽힐 만한 사례가 없다보니 부담과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필기시험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은행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금융 관련 이슈를 꾸준히 접하고 경제 기사를 정독할 것”을 추천했다. 교과서적인 답변이지만 정석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6월 경기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연 '2017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국민은행 현장면접을 보러 온 구직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다음 달 초 특성화고 졸업자와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채용 절차를 시작한다. 대졸 신입사원은 9월 선발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객관식·주관식으로 이뤄진 필기시험과 인적성검사를 진행한다. 경제, 금융, 상식, 국사 등이 객관식으로 출제되고 논술문제가 제시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경제 이슈를 틈틈이 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나오는 연구보고서 등 금융 관련 자료를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그간 국민은행의 논술문제를 살펴보면 은행 점포와 임직원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디지털 디바이드 해소 방안이나 정보기술 발달로 인한 은행의 오프라인 대응 방안을 묻는 등 난이도가 높지 않고, 취준생들의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는 주제들이 나왔었다. 때문에 주제가 평이할수록 차별화 된 답변이 필요해 보인다.

한 국민은행 행원은 “국민은행 취준생들에 있어 경영연구소 보고서를 참고하는 것은 가장 널리 알려진 논술 대비 방법”이라며 “은행들의 오프라인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보고서에서 봤던 미국 대형은행 웰스파고 예시를 써서 합격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29일까지 상반기 채용으로 300여명의 신입행원을 뽑는다. 이번 채용부터 필기시험과 직무적합도 면접이 도입된다. 필기시험 전형은 NCS직업기초능력 평가와 금융관련 시사상식/경제지식 평가로 구성돼 있다. NCS직업기초능력 평가는 의사소통, 문제해결, 수리 영역으로 이뤄져 있다. 빈출문제를 반복적으로 풀어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모집 직무에서 정보통신기술 분야를 따로 뽑는 만큼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금융 환경에 대한 지식도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청년희망 실현을 위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우리은행 면접 부스에서 지원자들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국내 주요 4대 은행 중 가장 먼저 상반기 채용을 한 우리은행 역시 경제, 금융, 일반상식 문제와 적성검사로 지원자의 역량을 본다. 필기시험은 경제·금융뿐 아니라 역사,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고루 출제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 시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제시돼 은행 취업 문제와 차별화를 뒀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신입행원 1차 면접까지 마친 상태다. 우리은행 신입행원 필기시험을 봤다는 한모(26)씨는 “금융 관련 문제들이 단순하게 개념을 묻는 질문이 아니어서 짧은 기간에 기출 문제 몇 번 푼다고 풀리는 문제들이 아니었다”며 “은행권 취업을 준비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오히려 범위가 넓었던 일반 상식 파트가 풀기 훨씬 수월했다”고 전했다.

그간 필기시험을 유지해왔던 KEB하나은행은 채용 인원 정도만 밝힌 상태다. 지난해 250명을 채용했는데, 올해 신입행원 채용 규모를 지난해 250명보다 늘린다는 방침만 세웠다. 필기전형은 일반 상식과 인적성으로 이뤄진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필기시험을 강화할 고민은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며 “시험 관련 내용을 전부 외부에 의뢰하기 때문에 구체화 돼도 시험 내용 등 관련부분 계약상 오픈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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