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 회장, 옥중경영할까...신명호 체제의 한계는?

[한스경제 최형호]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배임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그룹 구원투수로 신명호 전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가 등장했다. 옥중의 이 회장은 재무통인 신명호 전 부총재를 부영의 사령탑에 올려 현 위기국면을 극복하겠다는 생각인 듯 하다. 

부영이 100일 가까이 회장직을 비워둬 업무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정상화를 위해 둔 초강수다. 다만 신 회장이 회장 부재로 인한 리스크를 어느 정도 메울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부영이 풀어야 할 숙제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20일 부영에 따르면 신임 신명호 회장은 격식을 따지기보다 실용성을 강조하고 투명한 인사 및 재무를 관리하는 인물로 겸손한 자세로 직원을 존중해 덕망과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투명한 인사와 재무에 일가견 있는 신 회장을 ‘회장으로 선출하는 데 가장 우선으로 꼽은 것이다. 

그러나 부영은 투명한 인사와 재무만으로 모든 것을 정상화로 되돌리기에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부영은 이중근 회장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회령·배임, 임대주택법 위반, 입찰방해, 일감몰아주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재판을 받으면서 경영공백이 길어졌다.

이로 인해 업무차질은 물론 부실시공이라는 오명이 더해지면서 임대주택사업의 경쟁력 저하는 우려를 넘어 현실이 돼가고 있다.

이 회장이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면서 편법으로 분양가를 부풀려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만큼 신규 사업 동력을 잃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부영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매집한 건물 임대 수익률 역시 하락세가 역력하다. 결국 지난해 삼성화재로부터 4380억원에 매입한 을지빌딩(옛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을 매물로 내놨다.

여기에 부영은 이중근 회장 없이는 운영될 수 없는 구조다. 사실상 1인 소유 기업이나 다름없다. 부영은 현재 24개의 계열사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상장사는 단 한곳도 없다. 이 회장이 부영 지분 93.79%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 처럼 사실상 1인 오너 경영 체제다.

폐쇄적인 구조와 하락된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긴급 구원투수로 투입된 신 회장의 어깨가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만큼 업계는 신 회장이 위기의 부영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부영은 임대주택사업을 줄여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분양사업 비중을 늘리는 사업을 하기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최근 정치권의 연이은 규제, 임대사업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 등으로 관련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부영은 화성 동탄2신도시 부영아파트에 9만여건의 하자가 발생했다는 입주민들의 주장이 제기됐고 이에 대해 시민단체가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업계는 이런 부영의 리스크를 신 회장 혼자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후에 옥중에 있는 이중근 회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부영은 이 회장의 결재 없이는 사업이 진행 될 수 없는 구조다. 이 회장은 부영, 부영주택 이외에 무려 15개 법인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물론 이 회장 이외에도 3~4명의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운영되고는 있지만 사실상 이 회장에 권한이 집중돼 있는 시스템이다. 사실상 신 회장이 부영의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했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이 회장 손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은 부영그룹이 설립한 재단법인 우정교육문화재단 이사를 맡은 바 있어 이중근 회장과 부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라며 “다만 부영이 현재 떠안고 있는 리스크를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비선에서 옥중에 있는 이 회장의 결정을 대부분 받아들여 업무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최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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