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이서원의 성추행 사건으로 tvN 새 월화극 ‘멈추지 않는 시간: 어바웃 타임’이 직격타를 입었다. 첫 방송을 불과 5일 앞두고 이서원이 성추행 혐의로 입건 된 사실이 밝혀졌다. 미투운동 가해자로 지목된 조재현, 오달수 사건보다 ‘심각한 문제’라는 게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어바웃 타임’은 작품 이미지 손상은 물론 대타 배우 섭외부터 재촬영에 드는 시간 및 비용까지 손해가 극심하다. tvN 및 제작사 스토리티비는 이서원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을까.

현재 상황은

올해 스무살인 이서원은 하루아침에 성추행 배우로 추락했다. 이서원은 여성 연예인을 성추행하고 흉기로 협박한 혐의(강제 추행 및 특수 협박)로 지난달 8일 입건 돼 서울동부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한 달 넘게 아무 일 없다는 듯 ‘어바웃 타임’ 촬영을 진행했고, 소속사에도 알리지 않아 일을 키웠다. ‘어바웃 타임’ 측은 제작발표회 하루 전날인 16일 밤늦게 이 사건을 접하고 3시간 만에 “이서원을 하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서원은 서브 남주로서 분량이 절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스토리 상 캐릭터를 삭제할 수 없다는 게 제작진의 입장이다. “지난 2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방송 분량을 여유 있게 확보했다. 방송일정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스태프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12회까지 촬영 끝났는데 죽고 싶다”고 남겨 논란이 일었다.

대타로 김동준이 긴급 투입됐으며 1회부터 재촬영 중이다. 이상윤을 비롯해 이성경, 임세미, 한승연 등 다른 배우들이 흔쾌히 동의했다고 하지만 간접적인 피해를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의 헤어, 메이크업, 의상 비용까지 이서원 측에서 물어주지 않을 터. 소속사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된다. 출연 배우 측 관계자 A씨는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어바웃 타임’ 측은 이서원에 손해배상청구 등을 논의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사태를 수습하기 급급한 상태다. 이서원 소속사 블러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아직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 없다”며 “최대한 잘 해결하려고 한다”고 했다.

조재현ㆍ오달수와 비교해보면

tvN은 조재현, 오달수에 이어 이서원까지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며 악재를 맞았다. 조재현은 미투운동 가해자로 지목된 후 지난 2월 ‘크로스’ 12회에서 중도하차했다. 조재현의 평균 출연료는 회당 1,500~2,000만 원 선. ‘크로스’에선 고경표와 투톱 주연을 맡아 회당 2,500~3,000만 원 정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영 4회를 앞두고 하차해 반납할 출연료도 없었다는 후문. 오달수는 ‘나의 아저씨’ 방송 전 성추행 논란으로 하차했다. 소속사 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당시 오달수는 촬영 시작을 안 했으며, 출연료 계약도 맺지 않은 상태였다. 티저와 스틸 컷만 촬영했지만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고. 위약금 및 손해배상금도 물어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의 두 사건과 이서원 사태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드라마 CP B씨는 “조재현과 오달수는 성추행 사건에 휘말렸지만 경찰 조사를 받거나 법적으로 처벌 받은 부분이 없지 않냐.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물어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서원씨는 소속사에서 몰랐더라도 자의적으로 범죄 행위를 숨기지 않았냐. 흉기로 협박까지 해 사안이 더 심각하다. 앞으로 연예계 활동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손해배상소송 가능성은

이서원의 회당 출연료는 700~800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어바웃타임’은 16부작으로 이서원의 전체 출연료는 1억 1,200만원~1억 2,800만 원 정도다. 출연료 전액을 한꺼번에 받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계약 체결 후 전체 금액의 40%를 받고, 촬영 시작 후 30%, 종료 후 30%를 지급한다. ‘어바웃 타임’은 지난 2월부터 현재 12회까지 촬영을 완료했다. 이서원은 전체 출연료의 50% 이상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표준계약서를 보면 계약위반 시 제작사가 배우에 지급한 출연료의 2배를 위약금으로 하며, 이를 넘는 손해가 발생할 경우 별도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 관계자들은 해석하기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소송을 할 경우 시간 및 비용이 많이 들어 대부분 꺼린다고. 물론 제작사가 소속사에 ‘재촬영비를 상당 부분 책임져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제작사 대표 C씨는 “요즘 미니시리즈 제작비가 회당 4~5억원 수준이다. 16부 기준으로 70~80억원 정도 든다”면서도 “이서원씨가 나온 신 재촬영비를 대략적으로 추산하기는 힘들다. 다른 배우들도 걸리는 신이 있기에 협의하기 나름”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손해배상 관련 2가지 경우를 예측했다. 이서원 측이 ‘어바웃 타임’ 재촬영비 일부를 부담하거나 소속 배우인 송중기-박보검 카드를 내세우는 경우다. tvN 및 제작사 스토리티비 입장에선 톱스타인 송중기, 박보검과 관계를 져버릴 수 없을 터. 더욱이 송중기는 차기작으로 tvN 새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출연을 논의 중이다. 제작사 임원 D씨는 “블러썸이 돈이 없는 회사도 아니고, 문제가 없게끔 촬영비를 지원하지 않겠냐”면서도 “오히려 회사 파워가 있으니 제작사에서 그냥 넘어가자고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소속사 대표 E씨 역시 “이서원 개인이 아닌 블러썸에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블러썸과 관계를 악화시키면서까지 일을 크게 만들 가능성은 적다. 송중기, 박보검의 작품 출연을 구두로 약속하는 식으로 사태를 수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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