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한 때 현실을 있는 그대로 투영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결국 흔하디 흔한 드라마로 끝났다. 새롭지도, 그렇다고 완전한 해피엔딩도 아닌 어설픈 남녀 주인공 간 봉합으로 마무리됐다.

20일 오후 방송된 JTBC 금토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최종회에서 주인공 서준희(정해인 분)와 윤진아(손예진 분)가 재결합했다. 진아의 동생이자 자신의 친구인 윤승호(위하준 분)의 결혼식을 위해 귀국한 서준희는 식장에서 진아와 마주쳤고, 이후 진아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는 전 같지 않았고, 어색함을 느낀 서경선(장소연 분)은 동생 준희에게 "진아는 누나 친구니까 인사해라. 계속 볼 사이인데 언제까지 모르는 척 할 거냐"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진아는 준희에게 "우리가 사귀기 전처럼 돌아가자"고 제안했으나, 서준희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이후 서준희는 술에 취해 윤진아를 찾아가 "내가 정말 밥이나 사 달라고 조르는 그냥 동생이면 좋겠느냐"고 따졌다.

감정이 격해진 진아 역시 서준희에게 "네가 그렇게 (미국으로) 떠나 버리고 나는 뭐 마음 편하게 살았는 줄 아느냐. 벼랑 끝에 혼자 서 있었다. 사람들이 날 쳐다 보는 눈빛조차도 미치겠고 꼴보기 싫었다. 그래도 악착같이 매달려서 견디고 있는 내가 너무 싫었다. 그런 나를 하루하루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살았다"고 토로했다.

진아는 결국 그간 몸 담았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서준희와 결혼을 극구 반대했던 모친에게서도 떠나 제주도에 새 터를 꾸렸다. 가족과 지인들이 서준희와 관계를 알게 되면서 진아는 종종 이해 못 할 행동을 해 왔다. 남자 친구가 버젓이 있으면서도 부모의 권유로 선을 보거나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고 서준희와 동반 미국행을 거절해 놓고 예전처럼 자신을 무시하는 새 남자 친구를 사귀는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아가 주위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고 결정하는 것으로 마무리 될 것 같던 극은 막판에 갑자기 달라졌다. 진아는 제주도에 내려가면서 서준희에게 "사랑은 아낌없이 한 사람만을 위해서 모든 걸 쏟는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사랑을 할 땐 서준희처럼. 준희야 사랑해. 아주 많이. 아주 오래오래 사랑할게"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서준희가 자신에게 미련이 남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을 터. 앞서 "사귀기 전처럼 돌아가자. 안 될 거 뭐 있느냐. 처음엔 어색해도 익숙해질 것"이라고 태연히 말했던 그는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꿔 서준희에게 "사랑한다"며 미련을 떠안겼다. 이런 지경인데 함께 제주도에 내려간 금보라(주민경 분) 앞에서 서준희가 준 목걸이를 하곤 "그냥 굴러다니기에 찬 거다. 아무 미련이 없으니까 이렇게 찰 수도 있는 것"이라는 진아의 말을 누가 어떻게 믿을까.

결국 서준희는 윤진아를 찾아 제주도까지 내려왔고 "내가 다 잘못했어. 미안해. 나 정말 윤진아 없이 못 살겠어. 한 번만 봐 달라"고 매달렸다. 마지막 장면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행복해 하는 듯한 서준희와 윤진아다.

자기 일에 열심이고 능동적이었던 여자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던 극 초반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마지막 편에서 윤진아의 행동은 수동적이었다. 그간 자신의 주체성을 훼손시키고 압박한 주위 사람들에게는 끝까지 좋은 얼굴로 친절하게 인사하면서 서준희에게만 "나만 잘못했느냐"고 따지고, 헤어지자고 하면서 끝까지 미련을 남겨 결국 자신을 찾아오게 했다. 물론 그렇게 애써 만나 먼저 손을 내밀고 포옹을 한 것도 서준희다. 윤진아는 자신이 남긴 메시지를 듣고 찾아온 서준희에게 "왜 왔느냐. 그렇게 해대고도 또 할 말이 남았느냐"는 뜬금포를 던졌을 뿐이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고 키스를 나누는 것으로 끝맺으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16부까지 달려올 필요도 없었다. 두 사람이 이미 사랑을 확인한 후에도 주위의 집요한 반대와 현실적 고민은 이어졌고, 그 때문에 준희와 진아는 답답한 연애를 계속하다 헤어졌다. 서울에서 제주도로 배경만 바뀌었을 뿐 서준희와 윤진아는 결국 어떤 문제도 극복하지 못 했고, 자신들을 반대하는 이들을 향해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살겠다"는 말도 속시원히 못 해줬다. 준희와 진아의 제주도 재결합이 반쪽짜리라고 하기도 민망한 싱거운 해피엔딩이었던 이유다.

사진=JTBC 방송 화면 캡처

정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