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일베라고 할 만한 어떠한 의혹도 확인하지 못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 세월호 논란 관련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발표는 합리적인 의심만 부추겼다. 조사위는 조연출 및 FD의 실수로 세월호 뉴스 화면 및 어묵 자막이 사용됐지만 ‘고의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수사 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는 한 “일베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해 ‘최악의 해명’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혹시나 하며 조사 결과를 기다린 시청자들을 바보로 만든 셈이나 다름없다. MBC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안하느니 못한 조사였다. 차라리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조연출은 ‘어묵이 우익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비하, 조롱하는 뜻으로 사용되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란 자막도 이영자와 매니저가 어묵 먹는 모습을 그대로 반영해 만든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위원인 오세범 변호사 역시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나도 변호사지만 모든 법을 알지 못한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고의적인 행동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감쌌다.

수많은 속보 중 ‘세월호 참사’ 보도 장면을 사용한 점도 의혹을 샀다. 조연출은 FD에 받은 10건의 자료 중 뉴스 화면 3컷을 사용했다. 이중 2컷이 세월호 관련 뉴스였다. 편집과정에서 첫 번째 영상은 세월호 뉴스인지 몰랐고, 세 번째 뉴스만 뒷부분이 세월호 사고 화면임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멘트 자체에 세월호 언급이 없어서 CG 처리하면 사용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동운 홍보심의국 TV심의부장은 조연출이 의도적으로 세월호 영상을 사용하려고 했다면 굳이 미술부에 CG를 의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본인 동의하에 휴대전화, 단체 카톡방,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확인했지만 일베 관련 활동을 한 흔적이 없었다”고 짚었다.

오세범 변호사(왼쪽), 오동운 TV심의부장

조연출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세월호 보도 장면을 사용하면 문제가 생길 거라고 판단하지 못한 걸까. 문제 시 방송 전 강성아 PD를 비롯해 20여명의 제작진이 참석하는 시사회에서 걸러질 거라고 예상했다고. 1.6초의 짧은 분량에 흐림 처리돼 다른 제작진들은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조연출은 최대현 아나운서가 보도한 영상이 세월호 관련 장면임을 알았을뿐 아니라 문제 될 가능성도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였다. 시사회에서 ‘먼저 의견을 구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최 아나운서는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를 해 논란이 일은 인물이다. 최 아나운서 하면 무조건 세월호를 떠올려야 한다고 주장할 순 없지만, MBC 구성원으로서 자격 문제가 거론될 수 있는 부분이다. 어묵도, 최 아나운서도 세월호와 관련된지 몰랐다는 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인격적인 문제라서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오동운 부장의 태도도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기 충분했다.

‘전참시’는 세월호 논란 후 2주째 결방이 이어지고 있다. 촬영은 올스톱 됐으며 징계수위 및 폐지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MBC 입장에서는 이영자의 먹방과 함께 신드롬급 인기를 끈 프로그램을 폐지하기 쉽지 않을 터. “본인이 양심상 밝히지 않는 한 일베인지 확인할 수 없다. ‘일베가 아니다’라고 확정할 수도 없다”는 조사위의 발표를 순순히 받아들일 시청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조연출이 일베일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만 키울 뿐이었다.

사진=MBC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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